☆ 풍금이 있던 자리 ☆

김필영 - 삭는다는 것 -

푸르른가을 2011. 11. 22. 03:04

잘 삭은 술은 사랑 받는다
포도가 잘 삭아야 좋은 술이된다
견디기 힘든 고난도 따뜻이 위로하면
아픔이 삭는다
삭은 눈물이 강이 될 때
물 흐르듯 슬픔이 씻겨 일어설 수 있다
항아리에서 잘 삭은 김치는 밥도둑이다
잘 삭은 홍어를 가운데 두고
응어리진 마음도 잘 삭히면
서로를 용서할 수 있게 된다


삭는다는 것
상처받은 사람만이 삭을 줄 안다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만이
잘 삭은 우정과 사랑을 나눌 수있다
쓴잔을 앞에 두고
눈물 흘려본 사람만이
잘 삭은 술을 마실 수 있다


- 월간 <시문학> 2011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