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금이 있던 자리 ☆

안미옥 - 천번의 달이 뜨고 지면 중 -

푸르른가을 2010. 7. 29. 15:24

함께 걷던 거리, 함께 갔던 찻집,

함께 듣던 음악, 함께 읽던 책.

그렇게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 했던 모든 것들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 그 자리에 있는데

나는 긴 시간동안 바늘하나 품고 있는 듯 가슴을 앓았다.

함께 했던 사소한 모든 것들 앞에서

자주 체하고 토하며 자주 바닥에 무릎을 꺾고 앉았었다.

눈물을 한 웅큼씩 손에 쥐고 잠이 들곤 했었다.
.
.

무언가를..

아니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

유통기한이 넘어버린 팩우유처럼 부풀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처럼 위험한.
.
.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나면

아니, 조금만 더 견디면 천천히 아물거라고

조금만 더 견디면 천천히 아물거라고...


안미옥 - 천 번의 달이 뜨고 지면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