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 해지는 들길에서 - 사랑의 온기가 더욱 더 그리워지는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먼 들 끝으로 해가 눈부시게 가고 산그늘도 묻히면 길가의 풀꽃처럼 떠오르는 그대 얼굴이 어둠을 하얗게 가릅니다 내 밖의 그대처럼 풀벌레들은 세상의 산을 일으키며 웁니다 한 계절의 모퉁이에 그대 다정하게 서 계시어 춥지 않아..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0.26
김태준 - 손 - 당신을 두고 생각합니다. 꼭 잡은 손을 놓고 가는 것도 사랑일 것이라고 섬과 섬이 서로 한쪽 끝을 붙잡고 놓지 않는 것이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놓치려고 해도 놓쳐지지 않는 것이 사랑이듯이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0.26
허영숙 - 가을 숲에서 - 숲길을 걷다가 본다 여름내 푸르렀던 열정은 어딘가에 숨고 막 당도한 가을이 덩굴처럼 나무를 오르고 있는 풍경 잎이 조용히 깊어지고 있는 풍경 푸르렀던 그 여름은 어디로 갔는가 뜨거웠던 여름의 흔적은 숨어버리고 없다 죽을만큼 끓는 열정도, 넘치도록 물오른 잎의 소리도 낮아져 가고 있다 바..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0.19
양애희 - 사랑하는 동안 나는 늘 외로웠다 - 사랑하는 동안 나는 늘 외로웠다 양애희 언덕길에 비껴선 투영의 들꽃처럼 오래오래 깊은 잠에 취한 노래처럼 정해진 잎은 있으되 줄기 없는 운명처럼 바람 부는 빈 뜰에 혼자 있는 나는 외로웠다 오래도록 그대를 사랑하면서도 몸 속 운명의 꽃밥에 머물지 않는 나비처럼 은빛 억새마다 흔들려 겹쳐..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0.19
윤성택 -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11- 뒤돌아보고 싶을 때 우리는 어느덧 봄의 경계를 지난다. 햇발이 감겼다가 천천히 풀리는 오후, 봄은 빙글빙글 꽃의 봉오리에서 원심력을 갖는다. 무언가를 위해 떠돈다는 것은 무채색의 기억에 색색의 물감과도 같은 연민을 떨구는 것이다. 죽음조차 가늘고 가는 빛의 줄기를 따라 잎맥으로 옮아가는, ..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0.13
정성태 -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그와 더불어 아름다운 것이기를 새벽으로 난 맑은 숲길을 걸으며 삶을 찬미하는 거룩한 일이기를 오롯한 사랑의 마음만 자리해 그의 숨결에 물드는 햇살이기를 거기 깃든 모든 사랑의 서약이 언제나 끝나지 않는 기도이기를 #. 곱게 곱게님이 쓰신 할머님에 대한 글을 읽..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0.09
이준관 -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꽃밭이 내 집이었지. 내가 강아지처럼 가앙가앙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마당이 내 집이었지. 내가 송아지처럼 겅중겅중 뛰어다녔을 때 푸른 들판이 내 집이었지. 내가 잠자리처럼 은빛 날개를 가졌을 때 파란 하늘이 내 집이었지. 내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내 집은..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0.07
유희운 - 봄 눈 - "금방 가야할 걸 뭐하러 내려왔니?" 엄마는 시골에 홀로 계신 외할머니의 봄눈입니다. 눈물 글썽한 봄눈입니다. #. 오늘 수업 시간에 읽은 동시. 유희운님이 어떤 분인지 다음/ 네이버에 다 검색 해봐도 한줄도 안떠서 아쉽다.. 했더니, 싯귀로 검색하니 뜬다. 문학동네동시집 12_맛있는 말 유희윤 시 | 노..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0.07
양주동 - 산 넘고 물 건너 - 산 넘고 물 건너 내 그대를 보려 길 떠났노라. 그대 있는 곳 산 밑이라기 내 산길을 토파 멀리 오노라. 그대 있는 곳 바닷가라기 내 물결을 헤치고 멀리 오노라. 아아 오늘도 잃어진 그대를 찾으려 이름 모를 이 마을에 헤매이노라 양주동(梁柱東) / 1903∼1977 호:무애(無涯). 시인.국문학자. 경기도 개성에..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0.03
김태정 - 물푸레 나무 - 물푸레나무는 물에 담근 가지가 그 물, 파르스름하게 물들인다고 해서 물푸레나무라지요 가지가 물을 파르스름 물들이는 건지 물이 가지를 파르스름 물올리는 건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어스름 어쩌면 물푸레나무는 저 푸른 어스름을 닮았을지 몰라 나이 마흔이 다 되도..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