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력◁

[스크랩] ‘집안정리’ “날잡아 하지말고 날마다 버리세요”

푸르른가을 2011. 12. 13. 23:27
‘집안정리’ “날잡아 하지말고 날마다 버리세요”
http://newslink.media.daum.net/news/20111213173409541

출처 :  [미디어다음] 문화생활 
글쓴이 : 국민일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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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다. 일요일인 지난 11일 오후 방문한 윤선현(36·서울 성산동)씨 아파트 거실의 첫 인상이다. 정리컨설턴트답게 그의 거실은 정리정돈이 완벽하게 돼 있었다.

정리컨설턴트, 다소 생소한 직업이다. 윤씨는 "스트레스 받지 않고 능률을 올릴 수 있도록 공간 시간 인맥 정보 등의 정리를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사업자 등록을 했으며, 그 분야에선 1호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선 1980년대 정리전문가협회가 만들어졌고, 활동가들도 꽤 많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살림을 하다 보면 자질구레한 용품들이 쌓이게 마련인데, 이 집에선 눈에 띄지 않았다. 윤씨는 거실 장식장 서랍을 열어서 보여 준다. 반창고 소화제 파스 등 약은 바구니에 담아, 전선 마우스 등은 비닐에 넣어 서랍 속에 보관한다고.

거실에서 보이는 주방도 군더더기가 없다. 주방은 윤씨의 아내 김소영(32)씨 솜씨란다. 김씨는 "결혼 전에는 '옷 무덤'을 2, 3개 갖고 있었는데 정리 잘 하는 사람과 살다 보니 성격이 확 바뀌었다"고 했다. 웬만한 집이면 '곧 다시 입을 것'이라는 핑계로 벗어놓은 게 쌓여 봉분을 이룬 옷 무덤이 하나둘 있게 마련.

김씨는 "집에서 입는 옷과 외출복을 나누고, 외출복은 입었던 옷과 새 옷으로 구분해 보관하면서 옷을 쌓아두는 버릇이 절로 없어졌다"고 말했다. 각각의 옷들은 맞춰 입기 쉽게 색깔별로 걸어두고, 서랍에 넣어두는 옷은 한 벌씩 꺼내도 흐트러지지 않도록 책을 꽂듯이 세로로 넣어둔단다. 철 지난 옷은 서랍이나 리빙박스 등에 넣어 보관해두는데,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해에 한 번도 입지 않은 옷, 유행이 지난 옷, 헤진 옷, 몸에 맞지 않는 옷은 버리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결혼한 뒤 쇼핑 습관도 달라졌단다. 전에는 대형마트에 가서 1+1이나 그릇 등 덤이 붙은 제품은 무조건 사서 재뒀는데, 요즘은 필요한 것을 메모해두었다가 딱 필요한 것만 그때그때 산다고 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뭔가 손해 보는 것 같아 남편이 이해가 안됐는데, 하다 보니 외려 절약이 된다"고 말했다. 윤씨는 "필요 없는 것은 버리고, 쓸모없는 것은 들여오지 않아 필요한 물건만 남게 되면 정리는 한결 수월해지게 마련인데, 아내가 그 원리를 터득하는 데 3년쯤 걸렸다"며 웃었다.

더 이상 정리할 것이 없을 것 같은데도 윤씨는 계속 정리 중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달 한 달을 책장 정리하는 때로 잡고 있다고. 윤씨는 매일 아침 출근 전 5분쯤 시간을 내서 5권씩 솎아내고 있다고. 5년 동안 한 번도 읽지 않은 책, 뉴스가 빨리 바뀌는 정보·마케팅·트렌드에 관련된 책을 골라내고 있단다.

정리란 날 잡아 한번에 해치우는 것 아닌가? 윤씨는 "정리를 잘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한꺼번에 하겠다'고 작정하는 것이다. 정리는 하루에 5분, 10분씩 조금씩 꾸준히 해야 한다"면서 매일 저녁 잠들기 전 10∼30분 가족들이 저마다의 공간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집안이 정돈될 것이라고 했다.

'마음을 다잡아도 정리가 안 된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윤씨는 "정리는 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정리를 잘 못하는 사람들은 많은 물건들을 끌어안고 있게 마련이다. '언젠가는 입을 거야…' '친구가 준 선물인데…' 등등 버릴 수 없는 이유는 100가지도 넘는다. 윤씨는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라고 했다. 그러면 감정적 집착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져 버리기가 한결 쉬워진다. 우선 버려야 될 것은 유효기간이 지난 것, 낡아서 못쓰게 된 것, 유행이 지난 것 등이다.

그래도 버릴 수가 없다면 임시보관함을 만들어 놓고, 그곳에 일단 보관했다 버리도록 한다. 윤씨는 "임시보관함은 크기를 정해놓고 그곳에 넣을 때는 반드시 날짜를 기입하라"고 귀띔했다. 임시보관함을 무한정 크게 한다면 의미가 없다. 제한된 공간이 넘칠 경우 오래된 것부터 버리면 된다.

베리굿정리컨설팅 대표로 정리력카페(cafe.naver.com/2010ceo)를 운영하고 있는 윤씨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매일 하나씩 버리기 프로젝트'를 펴고 있다. 중국집에서 받은 나무젓가락, 전단지 등 허접한 것들부터 버리기 시작해 하루에 한 가지씩 버리다 보면 버리는 재미를 알게 된다고 했다. 윤씨는 "버리는 것이 습관이 되면 전체적인 정리력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물건을 구입할 때 이것이 꼭 필요한지 생각하게 돼 쓸데없는 것을 구입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집집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옷, 책, 그릇, 가전제품, 장난감(아이가 있는 집)만 정리하면 집안이 훤해진다면서 지금 당장 짝 잃은 양말, 10년 전 잡지, 이 빠진 그릇, 쓰지 않는 모바일폰의 배터리충전기부터 버리기를 시작하라고 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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