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따라..

사랑을 말하다

푸르른가을 2011. 5. 10. 22:29

잘 몰랐지만 몇 번의 혼란 끝에
이젠 나도 그녀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뭐, 예를 들자면..
그녀가 갑자기 나한테 전화를 해서 '지금 뭐해?' 라고 묻는다면
그건 진짜 내가 뭘 하는지 궁금하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
처음엔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듣고 '아무 것도 안해.'
뭐, 그렇게 대답했다가 그녀를 서운하게 만든 적도 있었지만,
이젠 그녀의 '지금 뭐해'

라는 네 글자를 난 이렇게 제대로 해석할 수 있죠.


'나 지금 좀 심심하구, 자기가 좀 보고싶기도 하구,
그런데 자기도 그렇지? 그러면 우리 만날까?'
뭐, 그 정도?


그래서 나는 어제 그녀가 나한테 했던 얘기도 잘 기억해두었습니다.
우리 그녀가 아직 나를 만나지 못했을 때,
그래서 막 외로워하고 있었을 때,
그녀의 못된 친구 하나가 지 남자친구랑 나타나서는
우리 그녀를 앞에 두고 그런 짓을 하더래요.


'자기야, 내가 어디가 좋아?'


못생긴 그 친구가 말하니까 그 남자친구는 대답하기를,
'이뻐서 좋아. 눈도 이쁘고, 코도 이쁘고, 입도 이쁘고..'


우리 그녀는 그날 이야기를 하면서 입을 막 삐죽삐죽했습니다.
웩웩 막 토하는 흉내도 내구요.
나는 삐죽삐죽하고 웩웩 대는 그녀를 보면서 또 그 말을 다 알아들었죠.
그녀의 말에 숨겨진 의미는 바로 이것.
'실은 나도 그런 거 하고 싶어.
근데 너무 유치한 것 같아서 창피해. 어떻게 하지?'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음으로 나는 오늘 그녀에게 이렇게 물어볼겁니다.
'너는 내가 왜 좋아?'

 

그녀는 아마 대답하겠죠? 
'잘 생겨서.' 그리곤 바로 이렇게 물어볼겁니다.
'그러면 너는 내가 왜 좋아?'


그럼 나는 그때부터 준비된 얘기를 해주면 되는거죠.
'예쁘잖아. 눈도 이쁘고, 코도 이쁘고, 입도 이쁘고,
볼록한 이마도 이쁘고, 볼록한 배도 이쁘고,
통통한 손가락도 이쁘고, 통통한 볼도 이쁘고,
뾰족한 눈썹선도 이쁘고, 뾰족한 귀도 이쁘고..'


동화 책을 읽어 주면 금방 잠이 드는 착한 아이처럼
그대 지루한 칭찬을 들으면서

 하품을 늘어지게 한 번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동그랗고 달콤한 쿠키 하나,
손가락으로 가장자리를 매만지며
그대 얼굴.. 그대 얼굴.. 속삭이다가 스르르 잠이 들고 싶습니다.
그대의 얼굴.. 그대 고운 얼굴..

 


사랑을 말하다

 

 

-성시경,그리고푸른밤입니다<사랑을말하다>

 

08.11.2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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