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 싶다

[스크랩] 서울역서 한시간반 청정 섬 소무의도

푸르른가을 2012. 5. 23. 22:29
서울역서 한시간반 청정 섬 소무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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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다음] 문화생활일반 
글쓴이 : 한겨레 원글보기
메모 : 대중교통으로 떠나는 무의도 옆 섬…최근 인도교와 산책로 개설 제모습 드러내

무의도 남동쪽
본섬의 1/9 크기
자동차 한대 없는 섬


모처럼 떠난 주말여행에서 교통체증, 장시간 운전으로 고생했던 분들. 차 박아두고 속 편하게 다녀오는 대중교통 여행을 생각해볼 만하다. 수도권에 산다면 당연히 전철이다. 저렴하고 안전한 다수 대중의 교통편, 전철이 시시각각 동서남북으로 떠난다. 이 가운데 공항철도로 떠나는 인천 앞바다 여행 코스는 '대중교통 종합선물세트'라 부를 만하다. 창밖 경치 시원한 전철과, 갈매기떼 반겨주는 여객선, 전화하면 달려오는 소박한 마을버스를 번갈아 타고 가, 탁 트인 바다 전망을 감상하고 오는 당일여행 일정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역에서 한시간 반 거리다.

인천국제공항 남쪽에 무의도(인천시 중구)가 있다. 호룡곡산 등산 코스와 하나개 해변, 실미도 등으로 여행객 발길이 잦은 섬이다. 무의도(큰무리) 남동쪽에, 본섬 크기의 9분의 1(1.22㎢)밖에 안 되는 소무의도(떼무리)가 딸려 있다. 지난해까지는 낚시꾼들만 배 타고 찾아들었다. 지난해 무의도 광명마을(샘꾸미)과 소무의도를 잇는 인도교가 놓이고, 지난 3일 섬 일주 산책로(무의바다 누리길·길이 2.5㎞)가 개설되면서 제 모습을 드러냈다. 때 덜 묻고, 자동차 한 대 없는 청정 섬이다.

산책로는 해안길·산길(나무계단길)을 따라 오르내리며, 정겨운 포구마을 풍경과 울창한 숲,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 전망을 즐길 수 있게 돼 있다. 빨리 걸으면 40분이면 한 바퀴 돌 수 있는데, 언덕길 돌 때마다, 그리고 뒤돌아볼 때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거느린 경치가 펼쳐진다. 멈춰서서 이걸 바라봐주지 않을 수가 없다. 풍어제를 올리던 부채깨미(부처꾸미), 참나무 기둥 150개를 세우고 전통 고정그물(언둘그물)을 설치했던 언두꾸미 등 전망 좋은 곳이나 이야깃거리가 전해오는 곳엔 그 내력을 적은 팻말을 세웠다. 명사해변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족휴가를 즐겼다는 곳이다.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인 안산 정상 소나무숲 그늘엔 정자(하도정)를 앉혔다. 주변 바다 경치가 한눈에 들어오는 장소다. 맑은 날엔 북한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 길게 누운 인천대교와 송도국제도시의 고층 빌딩들이 아득하다. 그리고 끊임없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비행기들이 있다.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섬과 섬의 거리, 어디론가 떠나고 또 돌아오는 일의 아득한 거리가 아주 가깝게 느껴진다.

정자에서 마주친 김미화(44·인천 계양구 작전서운동)씨 부부가 좌우를 둘러보며 감탄사를 터뜨렸다. 김씨는 "여러 섬을 다녀봤는데, 여기처럼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가진 섬도 드물다"며 "인파가 너무 몰려 훼손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무의도 역사의 중심은 소무의도다. 큰무의도가 조선 말기까지 소를 키우는 목장이었던 데 반해 소무의도는 300년이 넘는 마을 역사를 자랑한다. 1700년을 전후해 박동기란 이가 들어온 뒤 기계 유씨 청년을 데릴사위로 삼으며 섬을 개척했다고 한다. 주민들이 할아버지 묘로 부르는 시조묘(박동기 묘)가 당산 터 옆에 남아 있다. 무의도(舞衣島)의 '무의'는 '무리'(물)를 한자로 적은 것이다. 주민들은 지금도 무의도를 큰무리, 소무의도를 떼무리라 부른다. 조선말 이전 기록엔 '無依島'로 적었다.

안산 정상 소나무숲
주변 바다 경치 장관
맑은 날엔 북한산 전망도


40여가구, 40여명(주민등록상 87명)이 사는 이 섬은 60년대만 해도 400~500명이 모여살며, 새우(동백하)잡이·조기잡이로 이름을 떨치던 부자 섬이었다. 일제강점기엔 돈 벌러 들어온 사람까지 1000여명이 들끓었다고 한다. "떼무리가 면 전체를 먹여 살렸어." 60년대까지도 면(용유면) 세수입의 80%가 소무의도에서 나왔다고 한다. 서쪽마을에 사는 김숙희(82)씨가 말했다. "조기잡이 나갈 땐 당산에서 웃굿을 지내고 갱변(바닷가)에서 아랫굿을 했는데, 돈을 좁쌀 푸대에 가득 담아 져다놓구 지냈드랬어요. 여기선 소를 잡았다니까."

마포나루와 군산·평양에서도 알아주던 '부자 섬'은 어족자원이 고갈되며 점차 쇠퇴해 이젠 근근이 먹고 사는 섬마을이 됐다. "관리가 안 돼 창피하다"며 잡초 무성한 시조묘 위치를 알려준 김형자(74)씨가 말했다. "이젠 아주 그지여. 그지 중에서두 상 그지지."

"늙은이들만 남은" '상 그지 마을'로 전락한 떼무리를 다시 풍요로운 문화의 섬으로 가꾸기 위한 노력이 벌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300년 전 '데릴사위 기계 유씨'의 10대 손인, 마을의 젊은 통장 유보선(49)씨가 그 중심이다. 유씨가 새벽에 직접 배 타고 나가 잡아온 꽃게로 매운탕을 끓여 점심을 먹으며 말했다. "섬을 이 모습 이대로 지키면서, 청정 문화체험의 장으로 가꾸고 싶어요. 주목장(언둘그물) 체험장도 만들고요. 아담한 '섬이야기 박물관' 건립 계획도 있죠."

지난 12일 열린 '제1회 무의도 예술제'를 기획한 정중근(62)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소무의도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던 섬"이라며 "김구 선생 등 항일 독립투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던 곳"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곧 무의도·소무의도의 역사를 다룬 책 <무의도 이야기>를 펴낼 계획이다.

소무의도 여행은 물이 빠졌을 때가 좋다. 물밑에 숨었던 바위들이 모습을 드러내 해안 풍경이 한층 볼만해진다. 청소비(1000원)를 내면 갯벌에서 고둥·조개류와 박하지(민꽃게) 등을 잡을 수 있다. 코레일공항철도는 11월 말까지 매주 토·일요일 서울역~용유 임시역을 4회 왕복하는 '주말 서해바다 열차'를 운행한다. 서울역에서 오전 7시39분~10시39분 1시간 간격 출발. 용유 임시역~잠진도 선착장 도보 15~20분, 큰무리(무의도) 선착장까지 무룡호로 5분, 30분 간격, 배삯 왕복 3000원, 승용차 2만원. 큰무리 선착장~광명마을(샘꾸미) 합승 마을버스 20분, 1100원. 평일엔 인천공항역에서 내려 3층 5번 승강장에서 222번 버스 타고 잠진도 선착장 도착. 유보선 통장 011-9088-4811. 무의도해운 (032)751-3354.

소무의도(인천)=글·사진 이병학 기자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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