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고재근 “Y2K 해체 후 음반 3번 무산…끝없이 추락했다”
국민일보 | 입력 2010.09.29 13:38 | 누가 봤을까? 20대 여성, 서울
[쿠키 연예] 강산도 변한다는 십년 세월이 흘러도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은 여전히 대중 곁에 남아 있다. 1999년 혜성처럼 등장한 꽃미남 3인조 밴드 Y2K의 노래 '헤어진 후에'도 그 중 하나다. 당시 단발머리 소녀라면 한번쯤 '헤어진 후에'를 흥얼거렸을 만큼 Y2K의 인기는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았다.
Y2K는 한국인 멤버 고재근(33)을 필두로 일본인 형제 마츠오 유이치(28)와 마츠오 코지(26)로 구성됐다. 세 멤버의 조합은 당시로서는 모험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과거의 역사를 비롯해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앞두고 일본을 향한 국민의 적대적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때라 일본인이 투입된 밴드가 인기를 얻으리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고재근도 "인기를 얻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떠올릴 정도로 팀의 미래를 암담하게 바라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가요계에 대이변이 일어났다. Y2K의 노래 '헤어진 후에'는 전국을 강타했고,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1위를 거머쥔 것이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데뷔 앨범을 성공적으로 마치자 잡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재근을 데리고 있던 한국 측 소속사와 마츠오 형제가 몸 담고 있던 일본 측 소속사가 한국과 일본 활동의 비중을 두고 마찰을 빚었고 급기야 2002년 정규 3집 앨범을 끝으로 해체된 것이다. 이후 고재근은 솔로로, 마츠오 형제는 일본으로 돌아가 현지에서 활동하면서 Y2K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11년이 지났다. Y2K에서 활약했던 고재근은 2006년 '네버 엔딩 스토리'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면서 무대 경력을 쌓아가고 있었다. 오는 30일부터 내달 17일까지 경기도 야탑동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시연되는 뮤지컬 '남한산성'에서 조선시대 비운의 왕인 '인조' 역으로 출연한다. 공연을 목전에 두고 있던 터라 하루 12시간 이상 연습 강행군을 펼치고 있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그간의 못 다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일단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Y2K로 시작됐다. 솔로가수를 준비하다가 Y2K로 우연히 그룹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고재근. 본인도 당시의 인기가 부담스럽고 얼떨떨했다고 떠올렸다.
"국민의 반일 감정이 심했을 때라 일본인 멤버를 영입한다는 것은 저로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죠. 전 솔로가수로 데뷔할 준비를 하고 있어서 그룹으로 활동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이 썩 좋지 않았는데 일본인 멤버와 함께 가요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죠. 그런 저희를 아껴주고 사랑해주신 팬들이 있었다는 게 기쁘면서도 믿기지 않습니다."
벼락 스타가 됐지만 고재근은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많았다. '꽃미남 밴드'라는 수식어에 가려져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없었고, 말이 통하지 않는 일본인 멤버를 독려하며 팀을 꾸려가는 것도 무거운 짐이었다.
"팀 활동을 하면서 근본적으로 힘들었던 건 의사소통이었어요. 갑자기 팀이 결성되면서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부족했을 뿐더러 대화 자체가 통하지 않았으니까요. 일본인인데다 형제다 보니 초반에는 제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고요. 게다가 두 형제의 출중한 외모에 눌려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았던 것도 스트레스였어요. 저 실제로 보면 얼굴 크지 않거든요(웃음). 만나는 사람마다 '생각보다 얼굴이 크지 않다' '실물이 낫다' 이런 말을 하면서 두 형제와 제 외모를 비교하는 시선이 많았습니다. 데뷔하기 전에는 '못생겼다'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Y2K로 활동하면서 외모 면에서 스스로 많이 위축됐어요."
원활하게 대화를 나눌 수 없었지만 멤버들과 불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서로의 집을 왕래할 정도로 돈독했다. 하지만 결국 소속사의 이권 싸움 희생양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해체하게 됐다.
"사실 전 1집 활동까지만 하고 팀을 탈퇴할 생각이었어요. 제가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은 밴드 활동이 아닌 온전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솔로 활동이었으니까요. 소속사와의 계약으로 인해 계속 활동할 수밖에 없었죠. 2001년 발표된 제 솔로 앨범이 팀의 해체를 몰고 왔다고 오해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그건 원래부터 발매할 계획이었어요. 팀 인기가 높아지면 질수록 한국과 일본 측 소속사의 마찰은 커졌죠. 불협화음이 생기면서 2,3집 활동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팀 결별로 이어졌습니다."
2002년 Y2K가 해체된 이후 고재근은 데뷔 전부터 계획했던 솔로 가수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전진했다. 하지만 3번 연속 앨범 발매가 무산되는 악재가 겹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 예상치 못한 공백, 고재근은 이 시절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고백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연속 해서 앨범 발매가 물거품으로 돌아갔죠. 당시 앨범을 작업했던 곳마다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못했고, 안 좋은 일들이 겹쳤죠. 심지어 2005년에는 앨범 발매 쇼케이스까지 열고 음반을 찍어내지 못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어요. 매년 앨범이 무산되니 꿈이 사라졌어요.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게 되니 사람이 망가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전 끝없이 무너져 내렸고 매일 술에 빠져 지냈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처럼 정말 힘들었습니다."
인생의 쓴맛을 보고 있던 고재근에게 위로가 된 것은 팬과 뮤지컬이었다. Y2K가 해체가 된 지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를 믿고 기다려주는 팬이 있었다. 때마다 편지와 전화를 잊지 않는 일본인 팬도 상당수다. 뮤지컬은 오래 전부터 꿈을 키워오던 연기에 대한 결실을 맺기 위해 도전한 분야다. Y2K 데뷔 전 연극과에 진학해 연기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지고 있었다.
"Y2K로 활동했던 시절에도 뮤지컬 출연 제의가 많았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어요. 소속사에서는 몇 개월 공을 들이는 뮤지컬보다 음악 무대나 행사를 뛰는 게 이익이 더 컸을 테니까요. 이해는 되지만 만약 그때부터 뮤지컬을 시작했으면 지금쯤 한층 더 탄탄해진 연기력과 가창력을 보여드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아요. 서른을 앞두고 뮤지컬에 입문해 다들 늦었다고 하지만 전 좌절하지 않았어요. 지금이야 말로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적기인 것 같습니다."
2008년 '라디오 스타'를 만나면서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됐다. 매니저와 스타의 관계를 감동적으로 그린 이 작품을 통해 Y2K로 활동했던 과거 모습이 떠오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이후 '영웅을 기다리며' '스켈리두' '두드림 러브 시즌2'까지 뮤지컬은 그에게 재기의 발판이 됐다.
"뮤지컬이라는 게 언뜻 볼 땐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정말 어렵더라고요. 노래로 인물을 표현하고, 연기로 인물의 내면 상태를 드러내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연극을 전공하면서 익힌 것과 가수로 활동하면서 훈련한 것을 동시에 쏟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뮤지컬 무대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는 배우에 대한 평가를 담은 건데요. 요즘 관객 수준이 높아져서 어느 정도 실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박수 받기 어렵더라고요(웃음). 진심에서 우러나는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고재근은 소설가 김훈의 원작에서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 '남한산성'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남한산성'은 인조 임금의 '삼전도 굴욕'을 소재로 한 것으로, 청나라 군대에 포위돼 남한산성에 46일 동안 갇혀야 했던 임금과 백성의 슬픈 역사를 그려낸다. 이번 '남한산성'은 지난해 초연 때와 달리 관객이 이해하기 편하도록 스토리와 캐릭터를 각색했다. 고재근과 함께 '맘마미아' '시카고' '아이다' '렌트' 등에서 굵직한 연기력을 보여준 성기윤이 '인조'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 '남자 그리고 하모니' 편에서 보컬 트레이너로 인기를 모은 뮤지컬 배우 최재림도 청의 통역관 '정명수'로 모습을 드러낸다.
"인조는 내면의 고통을 절절하게 표현해야 하는 인물인데요. 연습을 하면서 하나씩 '고재근표 인조'를 완성해가고 있는데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겠네요. 더블 캐스팅 된 성기윤 선배는 정말 연기를 잘하시더라고요. 성기윤 선배는 카리스마 강한 인조 캐릭터를 만들고 계시던데 전 MBC 드라마 '동이'에서 지진희 씨가 연기한 '숙종'처럼 온화한 왕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요. 원작과 다른 느낌의 '인조'를 기대하시는 분들에게 즐거운 볼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고재근은 4년 동안 다져온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에도 뮤지컬 배우로 활동할 계획이다. 세계 4대 뮤지컬로 통하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레 미제라블' '캣츠'와 같은 유명 작품에 도전해보는 게 꿈이다. 그렇다고 가수 활동을 접은 것은 아니다. 내년 1월을 목표로 현재 음반 작업에 매진 중이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다 보니 드라마와 영화 쪽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어떤 분야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 그게 고재근의 목표다.
"어떤 일이든 착실히 준비해서 오래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Y2K 후광에 가려진 뮤지션이 아니라 홀로 빛날 수 있는 존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고재근이 하면 뭔가 달라' 말을 들고 싶네요. 조급해하지 않고 잘해낼 자신있습니다. 그동안 본의 아니게 공백기를 갖게 됐는데 이제 부지런히 활동할 예정이니 지켜봐주세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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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다마라 했던가. 데뷔 앨범을 성공적으로 마치자 잡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재근을 데리고 있던 한국 측 소속사와 마츠오 형제가 몸 담고 있던 일본 측 소속사가 한국과 일본 활동의 비중을 두고 마찰을 빚었고 급기야 2002년 정규 3집 앨범을 끝으로 해체된 것이다. 이후 고재근은 솔로로, 마츠오 형제는 일본으로 돌아가 현지에서 활동하면서 Y2K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11년이 지났다. Y2K에서 활약했던 고재근은 2006년 '네버 엔딩 스토리'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면서 무대 경력을 쌓아가고 있었다. 오는 30일부터 내달 17일까지 경기도 야탑동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시연되는 뮤지컬 '남한산성'에서 조선시대 비운의 왕인 '인조' 역으로 출연한다. 공연을 목전에 두고 있던 터라 하루 12시간 이상 연습 강행군을 펼치고 있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그간의 못 다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일단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Y2K로 시작됐다. 솔로가수를 준비하다가 Y2K로 우연히 그룹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고재근. 본인도 당시의 인기가 부담스럽고 얼떨떨했다고 떠올렸다.
"국민의 반일 감정이 심했을 때라 일본인 멤버를 영입한다는 것은 저로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죠. 전 솔로가수로 데뷔할 준비를 하고 있어서 그룹으로 활동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이 썩 좋지 않았는데 일본인 멤버와 함께 가요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죠. 그런 저희를 아껴주고 사랑해주신 팬들이 있었다는 게 기쁘면서도 믿기지 않습니다."
벼락 스타가 됐지만 고재근은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많았다. '꽃미남 밴드'라는 수식어에 가려져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수 없었고, 말이 통하지 않는 일본인 멤버를 독려하며 팀을 꾸려가는 것도 무거운 짐이었다.
"팀 활동을 하면서 근본적으로 힘들었던 건 의사소통이었어요. 갑자기 팀이 결성되면서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부족했을 뿐더러 대화 자체가 통하지 않았으니까요. 일본인인데다 형제다 보니 초반에는 제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고요. 게다가 두 형제의 출중한 외모에 눌려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았던 것도 스트레스였어요. 저 실제로 보면 얼굴 크지 않거든요(웃음). 만나는 사람마다 '생각보다 얼굴이 크지 않다' '실물이 낫다' 이런 말을 하면서 두 형제와 제 외모를 비교하는 시선이 많았습니다. 데뷔하기 전에는 '못생겼다'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Y2K로 활동하면서 외모 면에서 스스로 많이 위축됐어요."
원활하게 대화를 나눌 수 없었지만 멤버들과 불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서로의 집을 왕래할 정도로 돈독했다. 하지만 결국 소속사의 이권 싸움 희생양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해체하게 됐다.
"사실 전 1집 활동까지만 하고 팀을 탈퇴할 생각이었어요. 제가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은 밴드 활동이 아닌 온전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솔로 활동이었으니까요. 소속사와의 계약으로 인해 계속 활동할 수밖에 없었죠. 2001년 발표된 제 솔로 앨범이 팀의 해체를 몰고 왔다고 오해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그건 원래부터 발매할 계획이었어요. 팀 인기가 높아지면 질수록 한국과 일본 측 소속사의 마찰은 커졌죠. 불협화음이 생기면서 2,3집 활동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팀 결별로 이어졌습니다."
2002년 Y2K가 해체된 이후 고재근은 데뷔 전부터 계획했던 솔로 가수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전진했다. 하지만 3번 연속 앨범 발매가 무산되는 악재가 겹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 예상치 못한 공백, 고재근은 이 시절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고백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연속 해서 앨범 발매가 물거품으로 돌아갔죠. 당시 앨범을 작업했던 곳마다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못했고, 안 좋은 일들이 겹쳤죠. 심지어 2005년에는 앨범 발매 쇼케이스까지 열고 음반을 찍어내지 못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어요. 매년 앨범이 무산되니 꿈이 사라졌어요.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게 되니 사람이 망가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전 끝없이 무너져 내렸고 매일 술에 빠져 지냈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처럼 정말 힘들었습니다."
인생의 쓴맛을 보고 있던 고재근에게 위로가 된 것은 팬과 뮤지컬이었다. Y2K가 해체가 된 지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를 믿고 기다려주는 팬이 있었다. 때마다 편지와 전화를 잊지 않는 일본인 팬도 상당수다. 뮤지컬은 오래 전부터 꿈을 키워오던 연기에 대한 결실을 맺기 위해 도전한 분야다. Y2K 데뷔 전 연극과에 진학해 연기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지고 있었다.
"Y2K로 활동했던 시절에도 뮤지컬 출연 제의가 많았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어요. 소속사에서는 몇 개월 공을 들이는 뮤지컬보다 음악 무대나 행사를 뛰는 게 이익이 더 컸을 테니까요. 이해는 되지만 만약 그때부터 뮤지컬을 시작했으면 지금쯤 한층 더 탄탄해진 연기력과 가창력을 보여드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아요. 서른을 앞두고 뮤지컬에 입문해 다들 늦었다고 하지만 전 좌절하지 않았어요. 지금이야 말로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적기인 것 같습니다."
2008년 '라디오 스타'를 만나면서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됐다. 매니저와 스타의 관계를 감동적으로 그린 이 작품을 통해 Y2K로 활동했던 과거 모습이 떠오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이후 '영웅을 기다리며' '스켈리두' '두드림 러브 시즌2'까지 뮤지컬은 그에게 재기의 발판이 됐다.
"뮤지컬이라는 게 언뜻 볼 땐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정말 어렵더라고요. 노래로 인물을 표현하고, 연기로 인물의 내면 상태를 드러내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연극을 전공하면서 익힌 것과 가수로 활동하면서 훈련한 것을 동시에 쏟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뮤지컬 무대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는 배우에 대한 평가를 담은 건데요. 요즘 관객 수준이 높아져서 어느 정도 실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박수 받기 어렵더라고요(웃음). 진심에서 우러나는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고재근은 소설가 김훈의 원작에서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 '남한산성'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남한산성'은 인조 임금의 '삼전도 굴욕'을 소재로 한 것으로, 청나라 군대에 포위돼 남한산성에 46일 동안 갇혀야 했던 임금과 백성의 슬픈 역사를 그려낸다. 이번 '남한산성'은 지난해 초연 때와 달리 관객이 이해하기 편하도록 스토리와 캐릭터를 각색했다. 고재근과 함께 '맘마미아' '시카고' '아이다' '렌트' 등에서 굵직한 연기력을 보여준 성기윤이 '인조'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 '남자 그리고 하모니' 편에서 보컬 트레이너로 인기를 모은 뮤지컬 배우 최재림도 청의 통역관 '정명수'로 모습을 드러낸다.
"인조는 내면의 고통을 절절하게 표현해야 하는 인물인데요. 연습을 하면서 하나씩 '고재근표 인조'를 완성해가고 있는데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겠네요. 더블 캐스팅 된 성기윤 선배는 정말 연기를 잘하시더라고요. 성기윤 선배는 카리스마 강한 인조 캐릭터를 만들고 계시던데 전 MBC 드라마 '동이'에서 지진희 씨가 연기한 '숙종'처럼 온화한 왕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요. 원작과 다른 느낌의 '인조'를 기대하시는 분들에게 즐거운 볼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고재근은 4년 동안 다져온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에도 뮤지컬 배우로 활동할 계획이다. 세계 4대 뮤지컬로 통하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레 미제라블' '캣츠'와 같은 유명 작품에 도전해보는 게 꿈이다. 그렇다고 가수 활동을 접은 것은 아니다. 내년 1월을 목표로 현재 음반 작업에 매진 중이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다 보니 드라마와 영화 쪽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어떤 분야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 그게 고재근의 목표다.
"어떤 일이든 착실히 준비해서 오래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Y2K 후광에 가려진 뮤지션이 아니라 홀로 빛날 수 있는 존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고재근이 하면 뭔가 달라' 말을 들고 싶네요. 조급해하지 않고 잘해낼 자신있습니다. 그동안 본의 아니게 공백기를 갖게 됐는데 이제 부지런히 활동할 예정이니 지켜봐주세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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