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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서점에서 책을 고르다 보면 한 페이지에서 단숨에 마음을 빼앗겨버릴 때가 있다. 두세 페이지를 넘겨도 별 감흥이 없는 별 볼일 없는 책들과 달리 말이다. 물론 읽는 이의 안목과 취향에 따라 기준이 다르니 허접한 책을 쓴 저자가 섭섭해 할 것까지는 없다. 이런 글은 어떤가.
[에스키모 마을처럼 추운 곳에서 볼 수 있다는 '다이아몬드 더스트'는 공기 중의 수중기가 얼어서 마치 다이아몬드 가루가 떠다니는 듯 반짝거리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다이아몬드 가루는 잡히지 않고 그저 허공에서 반짝반짝 빛날 뿐이다.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 우리의 사랑처럼.
어쩌면 사랑도 우리의 기대와 욕심에 '다이아몬드 가루'처럼 반짝이며 화려하게 보일 뿐 그 실체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수증기나 먼지처럼 아무 것도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사랑이 '다이아몬드'라고 믿고 싶고 확인하고 싶어서 어떻게든 손으로 만져보려고 두 팔을 뻗어 허공을 휘휘 내젓는 것이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믿음이 결국 아무것도 아닌 먼지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우리는 끝없이 공허해진다. 사랑은 그래서 아프다. 형태가 없음으로, 그것이 있다고 확신할 수 없음으로.] 12쪽
감성과 지식, 센스가 결합된 이 글 정도면 젊은 입맛에 맞지 않을까? 감성만을 두고 말하자면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노래를 부르다 보면 설핏 눈물이 비칠 때가 있어. 이런 말을 하면 어떤 특별한 대상이 그리워서 눈물이 나는구나 하겠지만 사실은 서글퍼서 우는 거거든.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이 있잖아. 지금처럼 계산하지 않고 순수하게 누군가를 너무너무 사랑했던 그렇게 좋은 시절이...(중략)
전부였던 그 사람도 내 곁에 없고, 그 시절의 기억만 남아 있는 거지. 그게 서글픈 거야. 내 노래 속에 담긴 그녀도, 나도 그리고 내 노래를 듣고 아파하는 사람들도, 어른이 되고 때가 묻어서 이렇게 하루하루를 무딘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게 서글픈 거지."(김장훈) 40쪽
< 사랑이 음악에게 말했다 > (행복한책장. 2010)는 대한민국 대표 뮤지션 14인과의 사랑과 음악 이야기를 담았다. 출판사가 내세운 '심장을 흔든 사랑 이야기'가 과하지 않다. 책으로 듣는 음악방송 같다. 주제는 사랑. 이 방송의 작가는 장문경이다. 실제로 < 오늘 아침 이문세입니다 > 나 TV < 음악여행 라라라 > 와 같은 유명 음악프로그램의 전문작가로 활동해왔다.
이 책의 '출연자'는 김장훈, 김현철부터 에픽하이,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정엽에 이른다. 저마다 음악의 토대가 되었던 사랑을 토해낸다. 열 넷의 사랑이야기이지만 그들의 음악은 수백만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만큼 빛의 프리즘을 통해 나온 무지개가 그렇듯, 비록 14인의 이야기지만 사랑의 대표성을 띄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들의 사랑은 음악으로 남았기에 더 생생하고 가치있다.
[첫사랑이 아쉬운 이유는 서툴렀던 행동들의 후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첫사랑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이유 역시, 서툴렀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서툰 사랑을 하지 않으려고 머리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어떻게 하면 마음이 덜 아플 수 있는지 계산하면서부터 사랑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하는 거니까.] 김광진
[하루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생각나고 그리워지는 것이 사랑이니, 어느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미친 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도 모르는 사이 시간은 나를 다독여 음악을 만들고 사랑을 하게 했다.] 김현철
김광진의 첫사랑을 시작으로 김현철의 '열병 같은 사랑'을 통과하면 우리는 여전히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지 않을까.
"그래도 계속해서 사랑을 해야겠다."
김지우기자 / dobe0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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