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금이 있던 자리 ☆

안정옥 - 꽃다운 -

푸르른가을 2010. 11. 19. 17:04

꽃다운 [안정옥]

 


  오늘 문득 생각했지요
  몇 년 전에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를
  그 때가 꽃다운 나날이었는데 혀를 차다가
  몇 년 후에 혀를 차고 있을 지금을 헤아리면
  지금은 분명 꽃다운 날이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사는 나날이 꽃다운데 그것도 모르고
  내게서 이미 가버렸다고 믿고는
  어려서 누군가 꽃다웁다고 하면 흘러버리고
  이제 꽃다웁다고 말해주지 않는데 불현듯 나는
  꽃지는 이 가을에 꽃같이 아름답고 꽃같은 향기에 빠져
  거처가 없는 힘센 사랑 쑥쑥 자라더니
  더는 들어서지 못해
  제 몸을 밀치며 제 몸을 밀치며
  이 떨림을 달래려 꽃지는 가을 공원으로 갔지요
  몸이 잠겨 실눈을 뜨고 햇살을 마주하니
  피곤이 몰려와 몸을 뒤틀면 두두둑 타게지는 소리 그렇지요
  좋을 때는 짧아서 가을 해도 짧고 공원은 텅 비고
  그렇게 사라져 가는 것들을 그리워하며
  나날이 새로워졌는데
  나날이 꽃다웠는데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나는
  꽃지는 가을에 불현듯 귀를 세우고
  오늘 이 쓸쓸한 사랑을
  오래오래 묵혔다가 내게 어떻게 다시 찾아오는지 기다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