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트에서 길게 줄 섰는데 또 다른 계산원이 "이쪽으로 오세요!" 하고 외칠 때
2. 과속 단속 중인 교통경찰을 봤는데, 내 차는 그 반대편 차선에서 달리고 있을 때
3. 구내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혼자 어색하게 서 있는데 저쪽에서 친구들이 손짓할 때
4. 외투 주머니에서 생각지도 못한 돈이 나왔을 때
[북데일리] 어디선가 맞닥뜨렸을 싶은 상황이다. <행복 한 스푼>(행간. 2010)에는 이처럼 우리를 즐겁게 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생활 속에서 저자가 발견한 행복 순간 모음집이다.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이야기 1000가지'라는 인터넷 블로그의 글 중 199가지를 엮였다. 다음은 이 책의 저자인 닐 파스리차의 말.
"낮엔 회사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냉동 부리토를 먹으며 운동 부족을 염려하는 평범한 직장인 남자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세상살이가 너무 어둡고 팍팍하고 힘겹게 느껴졌습니다. 점차 웃음이 사라지고 있었죠.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기분 좋은 일도 무척 많은데 단지 사람들이 그걸 느끼지 못할 뿐이라는 생각 끝에 이 블로그가 탄생했습니다."
닐 파스리차는 최고의 블로거들이 받는 인터넷 세상의 오스카상, '웨비상'을 수상했다. 이 책의 소제목들만 봐도 궁금증이 폭발하고, '맞아맞아' 맞장구를 쳐야할 재밌는 상황들이 많다.
뷔페에서 원하는 대로 맘껏 먹는 요령, 닫히려는 문에 손대지 않고 들어가기, 패스트푸드점에서 메뉴에 없는 요리 주문하기, 사람들이 잔뜩 몰려오기 전에 앞줄에 서기, 눈에 들어간 눈썹 빼기,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던 열쇠를 발견했을 때, 버블랩(일명 뽁뽁이) 100퍼센트 활용법.
특히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던 열쇠를 발견했을 때'는 코믹한 문체와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공포는 아주 천천히 다가옵니다. 이른 아친, 바쁘게 출근 준비를 한 후 집을 나서려는 참입니다. 불을 끄고 신발을 신고 아무 생각 없이 주머니를 뒤집니다. 어! 아무것도 잡히지 않네요.(중략) 당신은 재킷을 벗어 바닥에 던져 놓고는 3막짜기 열쇠 찾기 연극에 돌입합니다.
제1막. 도입부 : 막이 오르고 당신이 부엌 카운터를 다시 훑어봅니다. 주머니를 세 번째로 뒤지고 정신없이 여기저기를 뛰어다닙니다.(중략)
제2막. 탐정 : 스포트라이트가 흔들리며 현관에 선 당신을 비춥니다. 갑자기 탐정이라도 된 듯 당신은 열괴를 마지막으로 봤던 곳이 어디였는지, 그 흔적을 되짚어 나가죠.(중략)
제3막. 최고의 반전 : 이젠 뒤질 곳도 별로 없습니다. (중략)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눈물까지 글썽글썽하며 미치기 일보직전이죠. 그러다 갑자기 당신이 현관문을 벌컥 열어젖힙니다. 열쇠가 문에 꽂혀 있습니다.'(본문중)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일상에 숨겨진 '행복 한 스푼' 떠먹어 보면 좋을 듯하다.
김지숙 시민기자 / arkj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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