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금이 있던 자리 ☆

안재동 - 천개의 느낌표 -

푸르른가을 2011. 8. 19. 19:31

꽃에게도 느낌이란 게 있을까
달과 별에게도 느낌이란 게 있을까
바람에게도 느낌이란 게 있을까

하지만, 그대에게선 언제나
느낌이란 게 있다
때론 잔잔하게 때론 격정적으로
크고 작은 느낌이 물결친다

그대를 향해 날리곤 했던
차돌맹이처럼 단단한 나의 말들도
그대에게 닿아서
솜사탕처럼 부드러워졌고
화살처럼 살벌하게 날린
내 모든 불평들도 그대에게 닿아서
눈송이처럼 녹아버리곤 했다

살다가 부지불식간 가슴속 깊은 곳
쌓여 든 스트레스가 눈가에서
닭볏처럼 볼썽사납게 굳어질 땐
그대의 초롱초롱한 눈동자와
부드럽고 해맑은 미소가 다가와
그 모든 걸 마법처럼 순식간에
지워내기도 했다

나의 외로움이 깊어져 갈 땐
그대의 다감한 목소리가 속삭이듯
힘 빠진 나의 영혼을 충전시켜 주었고
내가 힘들어 죽을 맛일 땐
그대는 따뜻한 위로의 말을 아낌없이
선사해 주었다

내 앞의 그대는 그런, 아주 특별한
느낌이란 게 있다
꽃과 달과 별과 바람에서도
쉬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아주 큰
느낌이란 게 있다

한데 묶은 천 개의 장미송이가 발하는
장밋빛조차 견주지 못할 그런
아름다운 느낌표가 그대에겐 있다

나에게도
그대에게 꼭 전해야 할 느낌표가 있다
내 뜨거운 가슴 속에 있다
적어도 천 개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