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금이 있던 자리 ☆

김종해 - 바람 부는 날 -

푸르른가을 2011. 9. 25. 23:39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 가고 또 갑니다. 어둠뿐인 외줄기 지하통로로 손
전등을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나 갖고서
당신을 향해 갑니다. 가서는 오지 않아도 좋을 일방통행의 외길, 당신을 향해
서만 가고 있는 지하철을 타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숨은 역으로 작은 불빛 비
추며 나는 갑니다.
   가랑잎이라도 떨어져서 마음마저 더욱 여린 날,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그래서 바람이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
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