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금이 있던 자리 ☆

김춘수 - 가을 저녁의 시 -

푸르른가을 2011. 11. 3. 16:55

가을저녁의 시


누가 죽어가나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나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을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보다.

 

정석희 선생님 강의 들을 때 선생님이 말씀 해 주신 시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