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금이 있던 자리 ☆

전숙 - 등을 설핏 기대고 싶었어 -

푸르른가을 2011. 3. 13. 00:23

등을 설핏 기대고 싶었어

                            
언뜻 들렸다가 쏠려나가는 썰물처럼
너는 한 번 웃어주더니 떠나고 말았지


단 한 번의 향기로운 미소가
단 한 번의 따뜻한 입맞춤이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추억이 되기도 하고
한 생애를 흘러갈 강물이 되기도 하지



너의 미소에 등을 설핏 기대고 싶었어
아무 일 없었던 듯
되돌아서 걷고 싶었어
지친 날개를 부드러운
꽃잎에 잠깐만 내려놓으려 했어
시린 가슴을 조금만 데우고 싶었어
그저 그뿐이었어


매몰차게 손을 뿌리칠 것도
눈을 홀길 것도
아주 멀리 떠나버릴 일은 더욱이 아니었어
그저 등을 설핏 기대고
토막잠을 자려고 했을 뿐이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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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