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금이 있던 자리 ☆

도종환 詩 - 사랑의 길 -

푸르른가을 2011. 3. 12. 23:12

 

사랑의 길 도종환 詩

 

나는 처음 당신의 말을 사랑하였지

  

당신의 물빛 웃음을 사랑하였고

 

당신의 아름 다움을 사랑하였지

 

당신을 기다리고 섰으면

 

강끝에서 나뭇잎 냄새가 밀려오고

 

바람이 조금만 빨리와도

 

내 몸은 나뭇잎 냄새를 내며 떨렸었지

  

몇차례 겨울이 오고 가을이 가는동안

 

우리도 남들 처럼 아이들이 크고 여름 숲은 깊었는데

 

뜻밖에 어둡고 큰강물 밀리어 넘쳐

 

다가 갈 수 없는 큰물 넘어로

 

영영 갈라 져 버린 뒤론

 

당신으로 인한 가슴아픔과 쓰라림을 사랑하였지

 

눈물 한방울 까지 사랑하였지

 

우리 서로 나누어 가져야 할 깊은 고통도 사랑하였고

 

당신으로 인한 비어있음과

 

길고도 오랜 가시 밭길도 사랑하게 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