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김선근
누구나 가슴에 뻥 뚫린 구멍 하나 있어서
댓바람에 문풍지 파르르 떠는 것이라서
채울 수 없어서
사랑밖엔 매꿀 수 없어서
사랑하는 이에게 풋풋한 능금 하나 쥐여 주는 것
하나를 받으려는 게 아니라
행여 반쪽이라도 기쁨은 두 배 되리니
어젯밤에도 소복소복 눈이 내리고
사각사각 능금 깎는 소리 들리지 않아도
내 발자국은 머언 동구 밖까지 꾹꾹 찍힌 것이라서
엉겁결에 잉태한 쪽빛 진주조개 같은 것이라서
도대체 게워 낼 수 없는 것이라서
오늘 밤에도 안드로메다의 그리움처럼 별은 무수히 빛나고
밤새 호수가 뽀얀 그리움을 토악질해놓는 것처럼
한 치 분간할 수 없는 물안개 위를
휘휘 은빛 물살을 가르며 나룻배를 저어 가는 것
오 사랑하는 그대여
그토록 견고했던 사랑이 산을 휘돌아 운무처럼 사라져 버린다 해도
사랑했던 순간만큼은 겨울 가지 끝 간당거리는
저 홍시보다 붉디붉었다고
김선근/ 시인
2007년 현대시선 신인상으로 등단
한국영상문학협회 회원
징검다리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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