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금이 있던 자리 ☆

류시화 - 새와 나무 -

푸르른가을 2011. 6. 14. 11:04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없이 살아가는 뭇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