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금이 있던 자리 ☆

안재동 -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

푸르른가을 2011. 6. 15. 10:26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무런 가진 것 없고
상처와 아픔만 가득한 너, 너와 함께
그것을 나눈다는 것이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느 어두운 동굴 속,
혹은 인적 끊어진 숲 속에서
떨고 있을지도 모를 너, 너를 찾아
달려간다는 것이다
나의 모든 안식 훌훌 털고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걷지 못하는 너, 너를 업고
넓고 드센 탁류의 강을 가로 질러
줄달음쳐 달린다는 것이다
저 피안의 언덕을 향해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러나,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는 너, 너의 자유를 위해
잠깐이나마
네 곁에 아주 얌전하게 머물렀다,
소리없이 사라질, 바람이나
될 수 있다면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