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금이 있던 자리 ☆

나태주 - 모처럼 맑은 하늘 -

푸르른가을 2011. 8. 25. 16:46

초록의 들판으로 터진 길 위에서 중얼거려본다.

나무 나무 종달이 지빠귀 어치 씀바귀 민들레 강아지풀……

내 몸이 점점 작아지기 시작한다.

손가락 끝 발가락 끝에 초록색 물감이 들기 시작한다.

뻐꾸기 뻐꾸기 할미새 보리똥열매 참빗나무 하눌타리……

내 몸이 더욱 더 작아진다.

온몸에 초록색 물감이 든다.

드디어 나는 한 마리 초록의 벌레가 되어 나무 이파리 위를 기어간다.

이제 나무 이파리는 드넓은 벌판이다.

더듬이를 세워 허공을 휘저어본다.

모처럼 맑은 하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