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금이 있던 자리 ☆

오세영 - 커피 -

푸르른가을 2010. 6. 28. 12:55

커 피



- 오세영



사랑한다고 쓸까,

미워한다고 쓸까,

채울 말이 없는 빈 원고지 앞에서

바르르 떠는 펜,

바르르 떠는 손으로

한 잔의 커피를 든다.

달지도 않다.

쓰지도 않다.

단맛과 쓴맛이 한 가지로 어우러내는

그 향기,

커피는 설탕을 적당히 쳐야만

제 맛이다.

블랙커피는 싫다

커피잔에 녹아드는 설탕처럼

이성의 그릇에 녹아드는 감성,

그 원고지의 빈 칸 앞에서

밤에 홀로 커피를 드는 것은

나를 바라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