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서 그리운 사람도 아니고
곁에 있어 다정한 사람도 아니고
전혀 생면부지 알지 못해
오히려 흉허물 감쌀 수 있는
그런 낯선 사람이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도무지 말 안 되고 얼토당토 않지만
무어라 한마디 말 없어도
마주 앉든 나란히 앉든 같은 상상 같은 꿈에
바라보면 따뜻하고 애틋함이 묻어나는
그런 눈빛이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흐르는 시간은 제 갈길 가게 두고
서로 은밀한 비밀 털어 놓아도 상관 없이
김 피어 올라 향기 짙은 차 한잔하고
헛헛한 가슴 채우는 술잔 비울 수 있는
그런 낯선 사람이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순간순간 침묵이 어색하게 하면
피식 실없이 웃음 한번 흘리고
또 다른 세상 하나 있었으면 하는
야무진 음모를 함께 꾸밀 수 있는
그런 낯선 사람이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군중 속에 외로움이니 고독이니
어설픈 수식어로 이유 붙이지 않아도
이제까지의 각자는 남김없이 망각하고
그저 공범이 되어 보듬고 도피처가 되는
그런 낯선 사람이 그리운 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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