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금이 있던 자리 ☆

도종환 - 오늘 하루 -

푸르른가을 2010. 5. 2. 08:11



햇볕 한 줌 앞에서도
물 한 방울 앞에서도
솔직하게 살자

꼭 한 번씩 찾아오는
어둠 속에서도 진흙 속에서도
제대로 살자

수 천 번 수 만 번 맹세 따위
다 버리고 단 한 발짝을
사는 것처럼 살자

창호지 흔드는 바람 앞에서
은사시 때리는 눈보라 앞에서
오늘 하루를 사무치게 살자

돌멩이 하나 앞에서도
모래 한 알 앞에서도
(도종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