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금이 있던 자리 ☆

강인호 - 고향 다녀 오는 길에 -

푸르른가을 2011. 5. 9. 11:35

ㅇ 하늘 한번 보고

하늘 한번 보고 당신 생각하고
먼산 한번 보고 당신 생각하고

풀꽃 한번 보고 당신 생각하고
산새소리에 당신 생각하느라고

오리도 채 안되는 송골재 산밭
다 가려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ㅇ 산사태

제 안에 품어 키우던 풀꽃과 나무들
지난번 폭우에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저 산도 가슴이 많이 아팠겠습니다

ㅇ 산골마을에

산비둘기 구구구 그리움을 노래하고
풀벌레 쓰르르르 쓸쓸함을 노래하고
덕유산 산안개랑 하늘 위 구름들은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에게 나무에게 말을 거는 엄마의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시어입니다

노래하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짓고
깊은 산골마을에 사는 이들은 모두
가수이고 화가이고 시인이 됩니다

ㅇ 내 그리움만

농사일 고단하신 부모님도 주무시고
외양간 어미소랑 송아지도 잠이 들고
먹구름 너머 달님 별님도 잠이 들고
골목 가로등도 깜박깜박 졸고 있는데

먼 산에 소쩍새랑 뜰에 풀벌레들이랑
내 그리움만 아직 잠들지 못했습니다

ㅇ 거미줄에

내가 쳐 놓은 마음의 거미줄에
별빛도 풀벌레소리도 걸리는데
당신 마음은 걸리지 않습니다


 

- 詩속의 씨앗 - 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