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길으네" 했더니 "자를거야" 지나가는 말로 하는줄 알았다.
친구 생일이라고 저 생일때 케잌 사줬으니까 저도 사줘야 한다고 해서,
작은것 세일하니까 그거 사다 주라고 만원 주고, 교통카드 충전하라고 만원 주고,
운동화 찾는다 해서 만원 주고, 했더니
나갔다가 들어와서는
대뜸 "엄마 나 머리 잘랐어" 하는 아들.
"엄마가 맨날 표시도 안나게 자른다고 해서 이번에는 신경써서 표시나게 잘랐어요" 한다.
보니까 다른 때 보다는 조금 더 자른듯 하다.
늘 정말로 잘랐나 싶을 만큼 자르고 와서 나는 돈이 아깝다고 하고,
아들은 자른 거라고, 엄마가 왜 신경쓰냐고 둘이 언성을 높이고는 했었는데......
이번에는 조금은 맘에 들게 잘랐길래,
"머리 이쁘게 잘랐네" 했더니 "고마워"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
자기는 왜 이렇게 소심하고, 걱정이 많고, 마음이 막 이랬다 저랬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지 모르겠단다.
"엄마 아빠 중에 누굴 닮은 거냐고......" 엄마 닮은것이냐고... ㅎㅎ
그래서 내가 "누굴 닮긴 누굴 닮어 성격 예민 한것은 엄마 닮고,(그래도 엄마는 많이 고쳐졌지만)
버럭 거리고 성질 부리는 것은 아빠 닮았겠지. 안좋은것만 다 닮았네" 했더니 " 미안해' 라고 하면서
자기도 엄마한테 성질 안부리고 싶은데, 어쩌다 보면 괜히 자기 속에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다고,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다고.....(그래 조급한 마음에 스트레스도 받겠지)
다른 사람 누구한테도 안그러는데, 엄마한테만 그렇게 된다고......
그러길래, 그래 그건 아는데, "엄마한테 그러면 니가 보기에 엄마는 어떤것 같아? 엄마가 다른 사람한테 화내고 성질 부리고 하는것 본 적 있어? " 했더니 "없어" 라고 하길래,
"그래 엄마도 힘들어. 니네들이 그러면 엄마는 풀 데가 어디 있겠니" 했더니 "미안해" 라고 .......
"엄마한테 고맙다고....." 하길래
"엄마가 너 때문에 5년을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고...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아냐고....
하루에도 수십통씩 보내오는 문자에, 니 번호만 떠도 머리가 지끈 거렸다고, 니가 공고 가고 싶다고 그 난리쳐도
엄마가 이래 저래 다 알아보고 안보낸거라고 했더니 "
---"미안하고,고맙단다" ---
그러면서 "고마운데, 뭘 하게 해주지 않았다는게 조금 서운하다고"
그래서 "엄마가 안해준게 아니라, 배우고 싶은것 배우게 해준다고, 하다 못해 실용음악 학원에서 드럼 이라도 배우고 싶다면
배우게 해주려고 했는데, 니가 안한거라고" 했더니..."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단다"
이제라도 철이 들어서 고맙고, 다행인데, 당사자인 저는 조바심 때문에 많이 힘든가보다.
"엄마아빠는 일등 하는것 바라지 않는다고, 늘 말하지 않냐고, 열심히 해서 꼴등이면 괜찮다고,
잘한거라고 칭찬해주고 싶다고,
인생은 마라톤 처럼 긴 거니까 천천히 해 나가라고, 남한테 피해 안주고, 자기 앞가림 잘하고 살면 되는 거라고" 말해줬다.
"친구들이 저보고 돈관리 잘한다고 한단다. 엄마 닮아서 짠돌이라고>.<"
그러길래 " 엄마는 쓸때는 쓰거든~" ㅎㅎ
작년에 여자친구랑 문자 하다가 만나자고 하고 싶은데, 입고 나갈 옷이 없어서 못만났단다.
츄리닝 바지 입고 나갈 수 가 없어서......
"그럼 얘기를 하지, 데이트 한다는데 옷 안사주겠냐고" 했더니.
얼버무리고 마는 아들.
이제서야 듣게 되는 아들의 안타까운 사연
"아들아, 진즉 얘기를 하지~ 그럼 달러 빚을 내서라도 사줬을텐데......"
자식~ 이제 좀 철이 들어 가나 보다.
지금 마음 변치 않고 쭈욱~ 열심히 하기다~~
정말로, 이런게 좋은 부모다 하는,
그런 부모교과서가 있었으면 좋겠다.
부모란 참으로 어려운 자리인것 같다.
알아서 잘 하려니 하는 마음으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 에서라면,
뭘 하든 "그래 괜찮다" 하고 믿어주는 편인데,
어쩌면 너무 방목해서 키우는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둘 다 자기 앞가림 하면서, 남에게 해 끼치지 않는
바른 사람으로 잘 자랐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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