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동안 나는 늘 외로웠다
양애희
언덕길에 비껴선 투영의 들꽃처럼
오래오래 깊은 잠에 취한 노래처럼
정해진 잎은 있으되 줄기 없는 운명처럼
바람 부는 빈 뜰에 혼자 있는 나는 외로웠다
오래도록 그대를 사랑하면서도
몸 속 운명의 꽃밥에 머물지 않는 나비처럼
은빛 억새마다 흔들려 겹쳐지는 내 안의 그림자처럼
가슴자리, 그렇게 참을 수 없는 눈물로 외로웠다
사랑하면 할수록
지문 속에 박힌 침묵의 달그림자
못 견디어 하늘가에 보내도
또 다시 곁에 두는 너로 하여 나는 외로웠다
이름없는 것들에 매달려
그렇게 알듯 모를 듯 허기진 그리움
은사시나무 숲마다 기댄 세월의 절규위에서
오로지, 나를 위한 사랑을 한적 없는 나는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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