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금이 있던 자리 ☆

신용목 시인

푸르른가을 2012. 6. 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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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정철훈의 현대시 산책 감각의 연금술] ⑪ 과장 없는 새로운 사실성의 재현… 시인 신용목    <==기사 주소

신용목(38) 시인은 문학보다 사회에 대해 먼저 눈떴다. 경남 거창에서 4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말썽 많은 개구쟁이어서 그에게 얻어터진 아이의 엄마가 자주 집을 찾아와 울상을 지었다. 본격적인 전교조 수혜세대인 그는 고교 시절 문학서클 ‘이어도는 멀다’를 조직해 경직화된 제도교육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

1993년 그가 입학한 전북 남원의 S대는 사학비리 척결을 위한 학원자주화 투쟁이 한창이었다. 3학년 때 총학생회장을 맡아 머리를 삭발한 채 싸움의 한복판에 서기도 했다. 리얼리스트들의 시만 읽던 그는 졸업을 앞두고 모더니스트 시인 황지우의 강렬한 파장에 이끌려 자신의 내면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심취한다. 2000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실린 ‘성내동 옷수선집 유리문 안쪽’ 등 4편의 등단작은 기차를 기다리며 대합실에서 썼다고 한다.

“무너진 그늘이 건너가는 염부 너머 바람이 부리는 노복들이 있다/ 언젠가는 소금이 雪山처럼 일어서던 들// 누추를 입고 저무는 갈대가 있다// 어느 가을 빈 둑을 걷다 나는 그들이 통증처럼 뱉어내는 새떼를 보았다 먼 허공에 부러진 촉 끝처럼 박혀 있었다// (중략)// 내 각오는 세월의 추를 끄는 흔들림이 아니었다 초승의 낮달이 그리는 흉터처럼/ 바람의 목청으로 울다 허리 꺾인 家長/ 아버지의 뼈 속에는 바람이 있다 나는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갈대 등본’ 부분)

패배에 익숙한 앞선 세대와 전혀다른 모습

폭넓은 사회인식으로 세상 아픔 쓰다듬어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라는 시구는 모 기업의 에어컨 광고 카피로도 사용됐을 만큼 유명세를 치른 시이다. 들판을 배경으로 한 이 시에서 바람은 존재에 내재해 있는 누추와 패배의 역사를 흔들며 지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시의 화자는 바람에 저항해 흔들리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나아가 아버지의 뼈 속에 든 바람까지 다 걸어야겠다는 시인의 의식은 패배에 익숙한 앞선 세대와는 전혀 다른 위상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삶을 아버지의 시간까지도 포함하는 기나긴 총체성으로 사유하려는 능동적인 사고에 기인한다. 부모 세대에 드리운 어둠까지 들여다보겠다는 웅숭깊은 심성이야말로 신용목의 미덕이자 이전 세대의 배후를 올곧게 탐색하려는 그만의 사회의식을 보여준다.

첫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의 서문에 ‘가족으로부터 나온 이것들을 다시 그들에게 돌려보낸다’라고 쓴 신용목은 이제 부모를 저 세상에 떠나보낸 후 쓴 근작 시편에서 “나는 형제들 중 다섯 번째 孤兒이다”(‘우연한 序數’)라며 독립된 개체성으로 도시를 배회하고 있다. 과거엔 시적 자양분이 가족에게서 나왔으나 지금은 우리 시대의 거대서사가 놓친 변두리 삶의 세목에서 분출되고 있다.

“식당 간판에는 배고픔이 걸려 있다 저 암호는 너무 쉬워 신호등이 바뀌자/ 어스름이 내렸다 거리는 환하게 불을 켰다/ 빈 내장처럼// 환하게 불 켜진 여관에서 잠들었다/ 뒷문으로 나오는 저녁// 내 머리 위로도 모락모락한 김이 나는지 궁금하다 더운 밥이었을 때처럼/ 방에 감긴 구불구불한 미로를 다 돌아/ 한 무더기 암호로 남는 몸// 동숭동 벤치에서 가방을 열며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내과술에 대해 생각한다/ 꺼낼 때마다 낡아 있는 노트와 가방의 소화기관에 대해// 불빛의 내벽에서 분비되는 어둠의 위액들 그 속에 웅크리고 앉아 나는/ 너를 잊었다 너를 잊고 따뜻한 한 무더기/ 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다”(‘아무 날의 도시’ 부분)

‘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다’라는 시구는 시인의 시적 방법론이 좀 더 모던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신용목은 시적 화자의 진술을 최대한 절제하고 시 내부의 언어적 질서, 즉 미학적 표면에 대한 장력을 늘리고 있는 중이다. ‘아무 날의 도시’는 시인이 펴낼 세 번째 시집의 제목이라고 한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님의 글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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