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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커버스토리] 세상 최고의 만병통치약, 사랑입니다

푸르른가을 2011. 1. 10. 08:27
[커버스토리] 세상 최고의 만병통치약, 사랑입니다
http://newslink.media.daum.net/news/20110110000903459

출처 :  [미디어다음] 사회 
글쓴이 : 중앙일보 원글보기
메모 : 중앙일보 이주연.강일구]

[일러스트=강일구]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세계 13위. 그렇다면 행복지수는 얼마나 될까.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삶에 대한 만족도는 5000달러 안팎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페루 등과 비슷하다. 경제가 숨가쁘게 성장하는 동안 이면에는 한국인의 정신건강이 신음하고 있다. 우울증 환자와 이혼 건수가 급증하는 우리에게 해답은 무엇일까. 2011년 행복을 불어넣기 위해 중앙일보는 '사랑'을 처방한다. 꽃 피는 봄엔 사랑에 빠져보자.

 

조창현(29·서울 화곡동)씨는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려던 2009년 3월 암 진단을 받았다. 다발성 육종이란 희귀암이었다. 심장 좌심방에 생긴 종양을 떼어냈지만 암세포가 혈액을 타고 온몸 여기저기를 공격했다. 조씨는 4번의 수술, 8차에 걸친 항암제 투여, 4개월간의 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극심한 고통과 싸워야 했다.

 그때마다 곁에서 힘이 돼 준 건 10년간 사귄 여자친구 박유미(가명·28)씨였다. 그녀는 병원에서 먹고 자며 밤낮으로 병 수발을 들었다. 지극정성인 건 조씨도 마찬가지. 회사에 다니는 박씨를 위해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 회사까지 데려다 주고 저녁에 데려오기를 4년째 하고 있다. 건강 때문에 미래를 약속하기 힘든 상황임에도 이들은 거의 매일 만나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조씨의 어머니는 "사랑이 없었으면 아들이 투병생활을 이렇게 잘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갈수록 관계가 발전해 지금은 서로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존재가 됐다"고 했다.

  결혼생활 행복하면 더 건강하고 젊음 유지

사랑하는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사랑할 때 나오는 호르몬인 페닐에틸아민은 우울증 치료제로 쓰일 만큼 정신건강에 좋다. 다트머스대 경제학자 데이비드 브래치플라워 교수는 35개국 1만 여명을 조사해 행복한 결혼생활은 연봉 10만 달러(1억120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계산했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채정호 교수는 "결혼한 사람에게 부부관계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며 "사회적으로 성공해 부를 이뤘더라도 부부관계가 나쁘면 행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랑 고백은 웬만한 영양제보다 효과적이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재엽 교수팀은 지난해 노인 남성을 대상으로 7주간 배우자에게 '사랑한다·미안하다·고맙다'는 표현을 매일 하도록 했다. 그 결과 매일 이 말을 반복한 그룹은 혈액 내 산화성 스트레스지수가 50% 감소하고, 항산화 능력지수는 30% 증가했다. 또 우울증이 개선되고 심장 박동도 안정화됐다. '사랑합니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만으로도 암·고혈압·당뇨병·파킨슨병 등의 발생 위험이 낮아지고 노화 속도도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하면 심장병·고혈압·당뇨병 등에도 덜 걸리고 감기나 배탈 같은 가벼운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높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흡연과 음주를 덜하며 식사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나이 들었어도 사랑 불타면 "회춘"

98세의 영국 헨리 커 할아버지는 4년 전 10세 연하의 발레리 버코위츠 할머니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감히 이렇게 젊은 여성과 결혼할 수 있을까' 고민한 할아버지는 매일 사랑의 시를 쓰며 구애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결혼해 박물관·미술관·극장 등을 다니며 데이트를 하고 있다.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과 함께하면 삶에 대한 자신감과 활력이 생긴다.

 남녀 간의 사랑은 노화를 억제하는 가장 좋은 묘약이다. 한국성과학연구소 이윤수 소장(이윤수 비뇨기과)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사람은 사랑받기 위해 자신의 외모를 가꾸면서 엔도르핀이 증가한다"며 "식사 조절과 운동으로 몸매에 신경 쓰며 수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매력적인 상대를 보는 순간 뇌 속에선 한바탕 난리가 난다. 여러 신경 전달물질이 분수처럼 터져 나와 뇌신경 세포에 수많은 신호를 보낸다. 먼저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돼 몸을 흥분시킨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얼굴이 달아오르며 순간적으로 동공도 확대된다. 뇌가 호감을 감지하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는다.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김영보 박사는 "사랑하면 초콜릿에도 들어 있는 페닐에틸아민 호르몬이 분비돼 기분을 로맨틱하게 만든다"며 "손을 잡고 포옹하고 싶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뇌 화학물질이 활성화되면서 인지기능도 좋아진다.

활발한 성관계, 스트레스 줄이는 효과

연인과의 키스는 짜릿하고 건강에도 이롭다. 키스를 하면 교감신경이 침샘을 자극해 침 분비가 늘어난다. 침에는 항균물질이 들어 있어 면역기능을 높인다. 키스할 때 뇌에선 모르핀보다 200배 강한 천연진통제 엔도르핀이 분비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막아준다. 키스를 즐기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평균 5년 정도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남녀가 서로 몸을 비비고 애무하는 행위는 만병통치약과 같다. 안정된 상대와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하는 여성은 생리주기가 안정되고 생리통이 완화되며 소변 조절 능력이 개선된다. 젊음을 유지시키는 호르몬인 DHEA와 에스트로겐·테스토스테론의 분비도 증가한다. 스트레스가 줄고 체중 조절과 몸매 유지에도 도움된다.

 열정적인 성행위에는 200㎉가 소모된다. 30분간 열심히 유산소운동을 한 것과 같다. 이는 남성의 심장과 심혈관,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며 전립선 기능을 강화한다. 1997년 영국 퀸스대학 연구팀이 중년 남성 1000명을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주 3회 이상 성관계를 갖는 남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이 절반으로 낮다고 밝혔다.

글=이주연 기자 < goldjoongang.co.kr >

일러스트=강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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