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네이트 판 - 할아버지의 60년 짝사랑 이야기 -

푸르른가을 2011. 1. 10. 15:30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사는 20대 초반? 중반? 직장인입니다.

 

제가 지금부터 들려드리는 얘기는 제 이야기가 아니고

저희 엄마가 간병일을 하실때 환자분에게 들었던 이야기 이고 100% 실화입니다

조금 길더라도 조금만 참고 읽어주세요

 

 

저희 엄마가 그 할머님과 할아버님께 따로따로 듣고

다시 저희 엄마가 제게 해준 얘기라 뒤죽박죽이 될수도 디테일한 부분은

잘 기억이 안날수도 있지만 양해해주시길 바라고

제가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들은게 2008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집에서 몇일 쉬실때 해주신 얘기라

저도 기억이 가물가물 해서 부분부분 자세하진 못할꺼예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얘기를 써도 될까 말까 고민중에

이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도 이런 멋진사랑 하셨으면 좋겠다 싶고..

또 두분이 하늘 나라에서라도 좋은 인연 되시길 기도하며 용기내어 써 봅니다

 

 

 

 

2008년 저희 어머니께서는 십여년째 늘 하시던 일이던 간병인일을 하시던중

한 환자분을 만나게 되셨습니다  그 환자분은 70대 중후반의 할머니셨다고 합니다

 

할머니께서는 암(무슨암이였는지 기억이 안나요..;;)이셨는데

너무 늦게 발견해서 앞으로 한달이 힘든 그런 분이셨다고 해요

그런데 할머니는 할머니를 간호 해줄 가족이 단 한분도 없으셨고

그래서 저희 엄마가 간병인으로 채용 되신 거였습니다

 

그런데 저희 엄마가 일주일 정도 할머니 옆에 항상 붙어 계시는중에 이상한점을 하나 느꼇다고 해요

(간병인은 채용인의 요구에 따라 24시간 풀가동 하기도 하고

파트타임으로 뛰기도 하는데 할머님은 간호해줄 가족이 없어서

한달 내도록 할머님 옆에 계셨습니다. 이틀에 한번씩 두시간 정도 짬내서

집에 잠깐 오신거 말고는 항상 그할머니 옆에 붙어 계셨었어요)

 

가족이 없다고 들었는데 매일같이 할머님을 찾아와 옆에서 조용히 앉아계시고..

할머님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것저것 먼저 챙겨주시고..

저희 엄마가 옆에서 간병일 하기에 머쓱할 정도로 잘 간호 해주시고

할머님이 저녁 드시는것 까지 보고 다시 댁으로 들어가시고 하던 할아버지가 한분 계셨다고 합니다

 

처음엔 분명 가족이 없다고 들었는데 누굴까 했지만 환자의

사생활은 침해하면 안된다는 법?? 같은게 있어서 엄마는 그저 당신일에 열심하셨다고 해요

 

그렇게 또 이주정도가 지났을때 할머님의 병세가 조금 완화되셨다고 해요

그전까지만 해도 할머님은 혼자서는 일어서기도 버거울 정도로 많이 편찮으셨는데

입원하신지 삼주정도가 지났는데 의사도 놀랄정도로 완화 되신거예요

 

물론 혼자 걸으시고 하는 정도는 아니였지만 스스로 일어나실 정도까진 되셨다고 해요

 

그리고 그날 늘 오시던 할아버지가 댁으로 들어가시고 얼마 안되서 할머니가

저희 엄마에게 가까이 오라며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6.25 전쟁이 터지기 몇일? 몇달?전 쯤에

정말 서로 사랑하던 한 남자와 결혼을 약속 하셨고(저는 전쟁전이라고 들어서 일수를 잘 모르겠네요;;)

얼마 되지 않아서 전쟁이 터졌다고 합니다  그게 할머님 20살때 얘기랍니다

 

그런데 할머니를 어렸을때부터 좋아하던 두살 어린 남자가 한명 있었는데

할머니는 그분의 마음은 알고 있었으나 할머니는 그분에게는 마음이 가지 않았고

십대 후반에 결혼을 약속한 그 남자분을 만나 사랑을 확인했다고 해요

 

네, 할머니를 혼자 좋아하시던 두살어린 그 남자분이

할머니를 간호해주시던 그 할아버지 입니다

 

그런데 전쟁이 터졌고 결혼을 약속했던 그 남자분은 전쟁에 참전하게 되셨고

그 할아버지 역시 전쟁에 참전하시게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할머님은 부산까지 가족들과 피난을 오시게 된거구요

부산으로 오시는 길에 몇없던 형제들도 다 잃어버리고 홀어머니와

단둘이 정착하여 살게 되셨다고 해요

엄마 말로는 잃어버린게 아니라 아마 폭격으로 인해 죽었을꺼라고 합니다

(그전에 어디에 사셨는지 들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죄송합니다;;)

 

그렇게 3년 동안의 긴 전쟁이 끝이나고 아니, 휴전이 되었고

할머니는 결혼을 약속 했었던 그 남자분을 만나기 위해 다시 예전에

살던 고향으로 돌아가서 기다렸다고 해요

 

그러나 한달이 지나도 일년이 지나도 그분은 돌아오지 않으셨고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 남자분은 전쟁중에 전사 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다시 어머니가 계신 부산으로 내려왔다고 해요

부산에 다시 내려오신지 얼마 안돼서 어머니까지 돌아가시고 그때부터

할머니는 혼자서 혼자의 힘으로 살아오셨답니다

 

결혼을 약속하고 참전하셨다가 전사하신 약혼남? 할아버지를 너무너무 사랑하신 나머지

다른 남자를 만나지도 않으시고 그렇게 혼자 살아오셨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쉰세 정도 되셨을때 그동안 모아온 돈으로 작은 식당 하나를 오픈 하셨는데

그 식당으로 한 할아버지가 나타나셨다고해요-

그 두살 어린 할머니를 혼자 사랑하시던 할아버지셨다고 합니다

 

다른 아무말도 없이 그저 1인분을 주문하시고 조용히 혼자 식사를 하시고는

가게를 나가고 또 다음날 혼자와서 조용히 식사하시고 또 가시고..

그렇게 몇일을 하시더니 어느날 부터는 주문도 하시지 않고 그냥 가게 한켠에 앉아 계셨다고 해요

그러시는게 또 몇일...

(국밥집이였는지 고깃집이였는지... 분명 둘중 하난데..;;)

 

할머니는 답답한 심정에 왜자꾸 여기를 찾아오느냐

밥먹으러 왔으면 밥먹고 가든가 왜자꾸 찾아와서

사람을 빤히 쳐다 보고 그러다 가고 하느냐며 다그쳤는데

그 할아버지가 드디어 입을 여셨다고 해요

 

" 아직.. 나는 안됩니까.. "

 

라고..

할머니는 결혼하지 않았냐 네 부인이 뭐라고 생각하겠느냐고

가족들에게 돌아가서 행복하게 살아라고 했는데

할아버지는 결혼도 하지 않으셨고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혼자셨던 겁니다

 

엄마가 나중에 할아버지께 들은 얘기는 할아버지는 전쟁이 끝나고

가족들이 피난 내려 왔다던 부산에 오셨지만 가족은 찾을수 없었고

혼자 사시다가 할머니를 잊지 못하시고

다른 여자를 만나봐도 자꾸 할머니가 머리에 떠오르고 그래서 결국

혼자 살기로 결심하셨고 그렇게 세월은 흘러서

길을 가다가 할머니를 보시고는 그뒤를 쫓아 식당을 찾아 내셨다고 해요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알수없는 미안함에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고

그 뒤로도 계속 찾아오시는 할아버지에게 밥말고는 해줄께 없었다며 매일 밥을 해주셨다고 해요

그래도 없는 마음을 줄순 없는거 아니냐며 끝내 할아버지께 마음은 열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몇달이 흘렀고 어느 순간부터 할아버지는 항상 할머니 곁에서

식당일을 도우시고 힘든일은 도맡아 하며 할머니를 옆을 지키셨다고 해요

그렇에 이십여년이 흘렀답니다...

 

이십여년 동안 식당은 번창 하였고 그 동네에서 가장 큰 식당으로 발전 하셨고

재산도 남 부럽지 않을 만큼 모으셨다고 해요

 

그런데 갑작스럽게 할머님이 쓰러지셨고

놀란 할아버지는 급히 앰뷸런스를 불렀고 그렇게 할머니는 입원을 하시게 됐는데

그동안 사시는거에 바빠서 잊고 계셨던 건강이 안좋아 지신겁니다.

 

그렇게 저희엄마가 간병인으로 채용 되셨고

할머니가 잠시 건강이 좋아지셨던 엄마에게 이얘기를 해주셨던 날까지 오셨던 겁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유언이라며 엄마에게 종이 몇장을 주셨는데

입원을 하시기전 몇달전 건강이 좋으셨을때 미리 적어놓으신 거라며 주셨답니다

 

한장의 종이에는 모든 전 재산과 지금의 식당과 할머님의

부동산 모두를 할아버지에게 남긴다는 말이 쓰여 있었고

한장은 할아버지에게 남기는 편지가 있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저희 엄마에게 혹여나 틀린 글씨가 있는지 한번 봐달라고 하셨답니다

그모습이 저희 엄마의 눈에는 마치 한 남자 앞에서 흐트러짐 없는

모습만 보이고 싶어하는 순수한 소녀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편지에는 그동안 미안했고 너무 고마웠다

내가 해줄수 있는게 이런것 뿐이라 너무 미안하고

언젠가 부터 당신에게 마음을 열고 싶었으나 너무 늦은거 같아

그게 더 미안한거 같아 못열었다 미안하다

제발 남은 생은 정말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뭐 이런 얘기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삼일뒤 할머님은 돌아가셨고 엄마의 생각보다 장례식은 조촐하게 치뤄 졌다고 합니다

 

할머님의 임종을 지켜 본건 의사와 간호사들을 제외하고는

저희 엄마와 그 할아버지 뿐이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할머니의 얼굴은 정말 편안한 모습이였다고 해요

 

(원래 간병인은 따로 날짜 계약이 없으면 임종까지 맡는걸로 알고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엄마는 마지막 임종과 장례식 준비를 잠깐 거들어 드리고 있는데

그때 편지를 보신 할아버지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고 합니다

 

엄마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하면서도 슬퍼하는 표정이였다고

말씀 해주셨는데 편지를 들고 계신 손은 떨고 계셨고

두눈이 빨개져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것처럼 보였다고 해요

근데 끝까지 할아버지의 우시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때 할아버지가 저희 어머니를 불러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구요

 

아, 중요한걸 제가 빠트렸었네요.. 할아버지가 엄마에게 그랬데요

자기 마음이 헛된 마음이 아니였다는걸 알아서 너무 행복하다고

늦게 라도 알아서 좋다고 뭐.. 이런식으로 말씀 하셨었어요

 

아직도 저희 엄마는 간병일을 하시고 계십니다

지금도 가끔 환자의 임종을 지켜보고 오시는 날이면 씁쓸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십니다

 

그리고 제게 저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마지막으로 해주셨던 말은

꼭 너도 이런 사랑해라- 아무것도 다른 사람 없어도

딱 한사람만 있으면 평생이 행복할수있는 그런 사랑해라

라고 말씀 해주셨습니다

(사실.. 우리엄마..저렇게 멋있게 말하진 않았는데..;;;

니인생 다 걸수있는 머시마 만나리~ 딴거 없어도 딱 갸 하나면 될정도로 그런 아들래미!!

요런식으로 말했는데....;;;;;;;; 쓰다보니 넘 멋있게 됐네요..;;)

 

그리고 작년 초에 엄마가 동료 간병분에게 들었는데

그 할아버지께서 작년 초에 돌아가셨다고 들었답니다

할아버지께서 받으신 할머니의 전 재산은 사회에 기부했다고만 들었습니다

 

 

 

 

 

 

 

 

 

제가 조금 무겁게 쓴거 같은 느낌이 없지 않은데 슬픈 글이라 생각하지 말아주시구요

두분의 예쁜 이야기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랄께요

 

하늘나라에 계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지금쯤 함께여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정말 저도 한 사람을 위해 평생을 받칠수 있는 그런 사랑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두분이신거 같습니다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연애중 님께서 쓰신 글 ====================== 퍼옴

 

 

(아, 홈피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혹시라도 투데이 올리는 목적으로

글을 쓴것으로 보일까봐 공개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