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금이 있던 자리 ☆

이외수 - 그리움 -

푸르른가을 2011. 2. 12. 22:20

그리움

               글 / 이외수  낭송 / 박희자


          
거짓말처럼 나는 혼자였다.
아무도 만날 사람이 없었다.
보고싶은 사람도 없었다.
그냥 막연하게 사람만 그리웠다.

사람들 속에서 걷고 이야기하고
작별하고 살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결코
나와 뒤섞여지지 않았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나는 왜 자꾸만
사람이 그립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그 즈음에는..
밤마다 자주 심한 바람이 불었다.
방안에 가만히 드러누워서 귀를 열면
바람은 모든 것들을 펄럭거리게 만드는 것 같았다.
벽도 펄럭거리고 천장도 펄럭거리고
방바닥에 펄럭거리는 것 같았다.

이따금 목이 떨릴 정도로 누군가가 그리워지곤 했다.
꼭 누구라고 집어 말할 수는 없고..
그저 막연하게 누군가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나는.. 사실 외로웠다.
내 육신곁에 사람들이 많았으나..
내 영혼 곁에 있는 사람들은 없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