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금이 있던 자리 ☆

김정한 - 사랑했다, 그리고 사랑한다 -

푸르른가을 2011. 3. 12. 21:48

사랑했다, 그리고 사랑한다 - 김정한


사랑도 아팠지만 이별은 더 아팠다
떠나가는 네 뒷모습은
바람에 떨어지는 붉은 가을 나뭇잎의 실루엣처럼
나를 슬프고 아프게 하였다
그 어떤 사랑이든 사랑은 아름답고 고귀한 것인데
떠난 사랑의 얼룩은 오래남고 상처는 왜이리 깊은 것인지
그 얼마의 시간이 흘러야 널 잊고 지울 것인지
눈물속에 아른거리는 회색빛 너의 실루엣
오래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

사랑했다, 그리고 사랑한다

정녕 가야 한다면
가는 것이 너를 편안하게 한다면
웃으며 보내줄게
사랑하니까 보내야 하는 거겠지
언젠가 그리움의 이파리 가지마다 파릇하게 피어 오르더라도
내 가슴에 하나 둘 묻으면 되지
이제는 꽃비 내리듯...흘러내리는 낙엽처럼
너라는 단단한 줄기에서 떨어져 나갈게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이 될게
그래도 네가 미칠만큼 그리우면
붉게 물든 나뭇잎에 흘림체로 < 보고싶다 > 라고 써서
바람에게 안부를 물을게

사랑했다, 그리고 사랑한다
나를 기쁘게 해준 너를 사랑했고
너를 잠시 행복하게 해준 나를 사랑했다
내 사랑아 부디 울지말고..편히 떠나가길
너의 뒷모습 휘어진 골목 모퉁이를 돌때 까지...
난 눈을 떼지 못했지
회한의 추억들이 한순간에 영화필름처럼 되살아 나서
눈물이 빗물처럼 흘렀고
내 가슴은 매스를 대듯이 쓰렸지
널 보내고 돌아서는 나에게
쏟아지는 가을햇살은 한겨울 고드름처럼 얼고 있었지
너와 나의 추억의 이력, 이젠 내가슴에 묻을래
사랑했다, 그리고 사랑한다

김정한시집 - 너를 사랑하다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