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야, 너는 그렇게 내게 좋은 기억을 많이 남겨준 사람이었다. -----
엄마가 막내딸에게 읊조리는 말 중에서....page220
모두들 나를 힘들게 할 때 당신만은 나에게 아무 말도 묻지 않았소이. 견디라 했지요. 시간이 지나면 그 어떤 상처도 지나간다고 했소.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닥친 일을 차분히 하라 했소.
당신이 없었으면 그때 나는 어찌 되었을지 모르요.
정신이 혼미했었으니께. 내 뱃속에서 죽어나온 넷째아이를 산에 묻어준 것도 당신이었네. 그러고 보니 당신이 곰소로 이사를 간 게 혹시 그런 내가 힘겨워서였소이? 당신은 바닷가라든지 어부라든지 하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소.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는 사람이 당신이었네. 그런 당신이 곰소로 갔을 때 그 생각을 해야 했는가보네. 진짜로 내가 힘겨워 곰소로 달아난 거였다는 생각이 이제야 드네. 그러고 보면 난 당신에겐 참 나쁜사람이었소.
그래, 처음 만남이 중요한가보오.
나는 당신이 내게 빚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게 틀림없소이.
당신에게 그토록 내 마음대로 해버린 걸 보면 말이요이. 짐자전거에 내 함지를 싣고 도망을 쳤어도 내가 찾아내버렸듯이 말도 하지 않고 당신이 곰소로 이사를 가버렸어도 난 당신을 찾아내버렸네.
당신은 곰소하고는 어울리지 않았소. 논이 아니라 바다 앞에 서 있는 당신은 참 어색하고 낯설었네. 해안가 소금밭에서 당신이 짓던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요, 그 표정이 늘 잊혀지지 않더니, 지금 생각 해보니 여기까지 날 찾아내버렸나? 하는 거였나
곰소는 당신 때문에 내게 잊지 못할 곳이 되었재요.
나는 늘 내가 감당하기 벅찬 일이 생겨야 당신을 찾았재.
그리고 내가 그만그만 평화로워졌을 땐 당신을 잊었소.
잊을 줄 알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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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이름은 이은규요. 의사가 다시 이름을 물으면 박소녀,라 말고 이은규라고 말해요.
이젠 당신을 놔줄 테요. 당신은 내 비밀이었네. 누구라도 나를 생각할 때 짐작조차 못할 당신이 내 인생에 있었네. 아무도 당신이 내 인생에 있었다고 알지 못해도 당신은 급물살 때마다 뗏목을 가져와 내가 그 물을 무사히 건너게 해주는 이였재. 나는 당신이 있어 좋았소. 행복할 때보다 불안할 때 당신을 찾아갈 수 있어서 나는 내 인생을 건너올 수 있었다는 그 말을 하려고 왔소.
......나는 이제 갈라요.
엄마가 이은규에게 읊조리는 말.
page 232- 236까지 중에서 부분 발췌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것을 p254 엄마가 엄마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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