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내게로 왔을 때 나
말없는 나무로 있고 싶었다
길 위에 서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
해님은 또 밤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빛고운 열매. 등처럼 걸어둔 채
속으로 가만가만 무르익고 싶었다
다시 사랑이 내게로 왔을 때 나
누구냐고 넌지시 물어보며
감춰둔 그늘 드려 네 안으로
소리 없이 그윽하게 스며들고 싶었다
그만 사랑이 내게서 떠날 때
닫혔던 속 그제야 열어뵈며 나
네 뒤에 오랫동안 서 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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