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 - 여보 비가 와요 - 아침에 창을 열었다 여보! 비가 와요 무심히 빗줄기를 보며 던지던 가벼운 말들이 그립다 오늘은 하늘이 너무 고와요 혼잣말 같은 혼잣말이 아닌 그저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소한 일상용어들을 안아 볼을 대고 싶다 너무 거칠었던 격분 너무 뜨거웠던 적의 우리들 가슴을 누르던 ..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7.13
이해인 - 내가 나를 위로 하는 날 -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다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 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고. 이제부터 잘하면 되..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7.06
정대호 - 혼자서 기다리는 - 가끔은 오지 않는 사람을 한 없이 기다리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지 그 기다림이 의미하는 걸 생각지 말고 오늘도 그냥 책상에 앉아 가난한 편지를 쓰며 그 가난한 마음으로 가슴 따듯해질 수 있다면 가끔은 마음 한 곳이 텅 비어 있어 누군가 와서 채워주지 않으면 마음 아파할 때가 있..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7.04
이생진 - 벌레 먹은 나뭇잎 -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7.04
이생진 - 널 만나고부터 - 어두운 길을 등불 없이도 갈 것 같다 걸어서도 바다를 건널 것 같다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 것 같다 널 만나고부터는 가지고 싶던 것 다 가진 것 같다 이생진 / 시인 출생 1929년 10월 01일, 충남 서산시 학력 국제대학 영문과 수상 2002년 상화시인상 수상 주요작 실미도 꿩 우는 소리, 제주, 우이도로 가야..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7.04
나태주 - 오늘의 약속 - 덩치 큰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조그만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아침에 일어나 낯선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든지 길을 가다 담장 너머 아이들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려 잠시 발을 멈췄다든지 매미소리가 하늘 속으로 강물을 만들며 흘러가는 것을 문득 ..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7.03
용혜원 - 처음처럼 - 우리 만났을 때 그 때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그렇게 순수하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처음 연인으로 느껴져 왓던 그 순간의 느낌대로 언제나 그렇게 아름답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퇴색되거나 변질되거나 욕심부리지 않고 우리 만났을때 그 때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그렇게 순수하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7.03
임성춘 - 쉰살 즈음에 - 늙어 가는 것이 서러운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게 서럽다 내 나이 쉰 살 그 절반은 잠을 잤고 그 절반은 노동을 했으며 그 절반은 술을 마셨고 그 절반은 사랑을 했다 어느 밤 뒤척이다 일어나 내 쉰 살을 반추하며 거꾸로 세어 본다 쉰, 마흔 아홉, 마흔 여덟, 마흔 일곱 ... 아직 절반도 못 세..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