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 시처럼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가슴을 저미며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눈물 없이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벌판을 지나 벌판 가득한 눈발 속 더 지나 가슴을 후벼파며 내게 오는 그대여 등에 기대어 흐느끼며 울고 싶은 그대여 눈보라 진눈깨비와 함께 오지 않는 건 ..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8.18
김순천 - 저물녘 강가에 서면 - 오렌지 빛 노을이 무릎을 덮는 강가에 서면 내 마음도 강물이 되어 흐르고 싶다 동맥경화에 시달리는 도심을 벗어나 바쁘게 살아온 시간의 숨을 고르고 잔잔한 고요를 만나고 싶다 때때로 삶의 의식들이 풍파를 만들어도 이내 물결로 밀리는 흐름 그 안에 함께이고 싶다 가슴에 움켜쥐려고만 했던 것..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8.18
김춘경 - 봄에는 이별하지 말자 - 헤어질 운명이라 해도 가야한다면 꽃피는 봄에는 떠나지 말자 마른 가지 새순마다 숨기며 찢긴 상처 하도 아파서 꽃처럼 곱게 웃을 수 없구나 웃다가 울며 정든 세상 너도 가고 나도 간다만 봄에는 이별하지 말자 환하게 밝힌 어제의 미소 햇살 가득 따스한 이 봄날엔 우리 서로 마주하며 살아야 하지 ..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8.18
황청원 - 바람부는 날에는 너에게로 가고 싶다 - 바람부는 날에는 너에게로 가고 싶다 잔잔히 반짝이는 물결의 비늘을 헤치며 우울한 너의 영혼 껴안으러 수면 위에 내려앉은 흐린 물안개에 젖어도 좋으니 피리 소리처럼 흘러서 흘러서 너의 집 문 밖 늦가을 빛 단풍나뭇잎이 지면 거기 함께 흙이 되더라도 너에게 밟히는 그런 흙이 되더라도 #. 심진..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8.03
도종환 -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분명히 사랑한다고 믿었는데 사랑한다고 말한 그 사람도 없고 사랑도 없다 사랑이 어떻게 사라지고 만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은 점점 멀어져 가고 사랑도 빛을 잃어 간다 시간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것은 없으며 낡고 때 묻고 시들지 않는 것은 없다 세월의 달력 한 장을 찢..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8.03
김용택 - 하루 - 어제는 하루종일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들이 멀리 흔들리고 나는 당신에게 가고 싶었습니다. 당신 곁에 가서 바람 앉는 잔나뭇가지처럼 쉬고 싶었습니다. 어제는 하루종일 내 맘에 바람 뿐 이었습니다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8.03
김재진 - 사랑이 내게로 왔을 때 - 사랑이 내게로 왔을 때 나 말없는 나무로 있고 싶었다 길 위에 서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 해님은 또 밤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빛고운 열매. 등처럼 걸어둔 채 속으로 가만가만 무르익고 싶었다 다시 사랑이 내게로 왔을 때 나 누구냐고 넌지시 물어보며 감춰둔 그늘 드려 네 안으로 소리 없이 그윽하게 ..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8.03
최영희 - 8월의 나무에게 - 한줄기 소낙비 지나고 나무가 예전에 나처럼 생각에 잠겨있다 8월의 나무야 하늘이 참 맑구나 철들지, 철들지 마라 그대로, 그대로 푸르러 있어라 내 모르겠다 매미소리는 왜, 저리도 애처롭노.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8.02
복효근 -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는 - 아쉬은 대로 단지내 상가 옆에 텃밭에 토란 - 여기다 물방울 좀 떨어 뜨려야 하는데 했더니 딸래미가 웃었다 -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는 복효근 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되나 토란잎이 간지럽다고 흔들어대면 궁글궁글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그 둥근 표정 토란잎이 잠자면 그 배..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