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화 - 봄 비 - 언니야 비 와 문지방에 턱을 괴고 바라본 하늘 언니야 비 와 새잎이 돋고 흙내가 물씬 풍기는 텃밭에 고양이 비 맞고 마실 가신 할머니 오지 않는 목련 꽃봉오리 속 우리 집 언니야 비 와 졸지 말고 일어나 [좋은생각 2010.4월호에서]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6.18
장석주 - 일인분의 고독 - 일인분의 고독 당신이 내게 보인 뜻밖의 사적인 관심은 나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관례적 방식을 빌기는 했지만, 당신의 '사랑한다'는 고백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기뻤습니다. 잎을 가득 피워낸 종려나무, 바다에 내리는 비, 그리고 당신. 그것은 나를 기쁘게 하는 ..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6.16
안희선 - 그렇게 혼자인 것을 - 달콤한 사랑의 이름으로 충만했던 삶의 의미도 언제까지나, 지속하진 않으리 결국은 진면목이 소스라치게, 드러나는 것 고독은 어느 날 문득 제 속을 들여다 보고, 애써 외면했던 몸부림은 아픈 시간을 재생하는 신선한 상처의 기억인 것을 아, 우리들은 애무하듯 행복을 꿈꾸며 살아가지 꼭이 외로운..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6.16
이경섭 - 오늘 같은 날 - 내 마음의 뜨락에 햇살을 들여놓고 맑은샘 길어 차를 끓인다 희망의 뜨락 초록잎들을 따내어 가슴을 적시는 그리움의 향 찻잔에 또렷이 담아낸다 지나온 세월의 무게만큼 삶에 지친 그대를 위해 사랑이라는 맑을 물을 담은 농익은 차를 끓인다 오늘 같은 날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6.15
안재동 -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아무런 가진 것 없고 상처와 아픔만 가득한 너, 너와 함께 그것을 나눈다는 것이다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어느 어두운 동굴 속, 혹은 인적 끊어진 숲 속에서 떨고 있을지도 모를 너, 너를 찾아 달려간다는 것이다나의 모든 안식 훌훌 털고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걷지 ..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6.15
강문숙 - 별이 되었으면 해 - 별이 되었으면 해 강문숙 난 네게로 가서 별이 되었으면 해 너무 화려한 불빛을 지나서 너무 근엄한 얼굴을 지나서 빛나는 어둠이 배경인 네 속에 반듯하게 박혔으면 해. 텅 빈 네 휘파람소리 푸른 저녁을 감싸는 노래 그러나 가끔씩은 울고 싶은 네 마음이었으면 해. 그리운 네게로 가서 별이 되었으..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6.14
류시화 - 새와 나무 -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없이 살아가는 뭇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 이..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6.14
시바타 도요 - 약해지지마 - 외 몇 편 -약해지지마 -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마 - 저금 - " 나 말이야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주면 마음속에 저금 해 두고 있어. 외롭다고 느낄 때 그걸 꺼내 힘을 내는 ..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6.14
기진호 - 들판이 아름다운 이유 - 들판이 저렇게 아름다운 것은 아무데서나 살지만 아무렇게나 살지않는 들풀이 있기 때문이다 쑥은 정하신 때에 쑥잎을 내고 씀바귀는 뜻에 따라 쓰디쓴 씀바귀 잎을 내고 냉이는 명령대로 냉이꽃을 피워낸다 작은 꽃일망정 정성껏 피우고서 있는 힘을 다하여 향기를 발하며 산다 우리는 이름모를 들..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6.14
도종환 - 누가 더 놀랐을까 - 고추밭을 매다가 엄마얏! 지렁이 명아주 뿌리에 끌려 나와 몸부림치는 지렁이 배춧잎을 솎아주다 엄마야, 벌레 좀 봐! 고갱이에 누워 자다 몸을 꼬는 배추벌레 지렁이랑 나랑 누가 더 놀랐을까 배추벌레랑 나랑 누가 더 놀랐을까 *고갱이 : 명사 1 . <식물> 풀이나 나무의 줄기 한가운데에 있는 연한..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