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 무슨 말인가 더 드릴 말이 있어요 - 오늘 아침부터 눈이 내려 당신이 더 보고 싶은 날입니다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면 당신이 그리워지고 보고 싶은 마음은 자꾸 눈처럼 불어납니다 바람 한점 없는 눈송이들은 빈 나뭇가지에 가만히 얹히고 돌멩이 위에 살며시 가 앉고 땅에도 가만가만 가서 내립니다 나도 그렇게 ..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1.14
도지민 -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문득 - 아무런 기별도 없이 이렇게 지루하게 비 내리는 날이면 문득 반가운 당신이 오셨으면 좋겠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거저 발길 닿는 대로 오다 보니 바로 여기였노라고 하시며 그런 당신이 비옷을 접고 젖은 옷을 말리는 동안 나는 텃밭에 알맞게 자란 잔파를 ..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1.14
김재진 -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 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1.14
류시화 - 십일월, 다섯줄의 시 - 차가운 별 차갑고 멀어지는 별들 점점이 박힌 짐승의 눈들 아무런 소식도 보내지 않는 옛날의 애인 아, 나는 십일월에 생을 마치고 싶었다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1.14
최영미 - 사는 이유 -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시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 어제 만난 그의 거친 얼굴이 안부없는 사랑이 그렇고 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 웃음이 생각나면 구길 수 있는 흰종이가 창밖의 비가 그렇고 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매일 되풀..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1.14
한기팔 - 먼 바다 푸른 섬 하나 - 먼 바다 푸른 섬 하나 아름다운 것은 그대가 두고 간 하늘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눈물과 한숨으로 고개 숙인 먼 바다 새털 구름 배경을 이룬 섬 하나 뭐랄까 그대 마음 하나 옮겨 앉듯 거기 떠 있네 먼 바다 푸른 섬 하나 아름다운 것은 내가 건널 수 없는 수평선 끝내 닿지 못할 그..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1.09
김춘수 - 가을 저녁의 시 - 가을저녁의 시 누가 죽어가나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나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