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필균 - 여행 떠나기 - 파도처럼 무지한 갯바위도 부서지며 껴안을 수 있고 세월이 아프면 목청껏 울 수도 있게 바다로 가볼까 소나무처럼 숨찬 바람 소리도 다듬어 읽을 줄 알고 마르지 않은 추억 속에 서성거릴 수 있게 산으로 가볼까 들꽃처럼 질긴 그리움에도 무던히 기다릴 줄 알고 아픈 사랑도 삭..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2.12
이정하 - 갑자기 눈물이 나는 때가 있다 - 길을 가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때가 있다 따지고 보면 별일도 아닌 것에 울컥 목이 메어오는 때가 있는 것이다 늘 내 눈물의 진원지였던 그대 그대 내게 없음이 이리도 서러운가 덜려고 애를 써도 한 줌도 덜어낼 수 없는 내 슬픔의 근원이여, 대체 언제까지 당신에게 매..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2.09
류시화 - 옹이 - 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이것도 꽃이었으니. 비록 빨리 피었다 졌을지라도 상처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눈부시게 꽃물을 밀어올렸으니. 죽지 않을 것이면 살지도 않았다. 떠나지 않을 것이면 붙잡지도 않았다. 침묵할 것이 아니면 말하지도 않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면,..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2.08
이생진 - 벌레 먹은 나뭇잎 -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2.06
이근배 - 살다가 보면 -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1.30
박선미 - 미안해 - 미안해 복수초라는 네 이름 듣고 나도 모르게 눈을 흘겼지 뭐야. 그 때는 샛노란 네 꽃잎도 원수를 갚기 위해 앙다문 입술처럼 밉게 보였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복수초라는 네 이름 행복하게 오래 살라는 뜻인 줄 이제 알았지 뭐야.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1.30
강은교 "벽속의 편지 중에서" - 눈을 맞으며 - 눈을 맞으며 비로소 눈을 생각하듯이 눈을 밟으며 비로소 길을 생각하듯이 그대를 지나서 비로소 그대를 생각하듯이.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1.30
용혜원 - 여름날 갑자기 내리는 소낙비 - 여름날 갑자기 소낙비 빗속을 한번쯤은 걷고 싶습니다. 쏟아지는 빗속을 마냥 걸으면 온몸의 열기를 다 빼앗긴데도 마음은 편해 오기 때문입니다. 서로 먼저 흘러내리려고 아우성치는 물들의 외침에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싶어하는 목소리들이 다 들어있..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1.28
김경훈 - 살다가 문득 ... - 살다가 보면 문득 안부가 궁금해지는 사람이 있다 어쩔 수 없이 비켜간 사람 다 읽지도 못하고 접어버린 신문처럼 그 마음을 다 읽지도 못하고 접어버린 인연 살다가 보면 문득 그 사람을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은 순간이 있다 산다는 것이 그런거야 혼자만의 넋두리처럼 흥얼거리..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1.25
김경훈 - 당신 - 당신이 내 친구여서 참 좋습니다 눈길을 타박타박 걸어 당신을 만나러 갈 수 있어 참 좋습니다 당신이 내 친구여서 참 좋습니다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당신은 나를 반겨주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가진 것 없어도 나를 가벼이 보지않는 당신 마음으로는 늘 행복하기를 빌.. ☆ 풍금이 있던 자리 ☆ 2011.11.25